정부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세컨드홈 세제 특례 대상 지역을 넓혔다. 1주택자가 비수도권 특정 지역에 주택을 추가로 구매해도 1주택자로 인정받아 취득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이번 조치는 지방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하면서 강릉, 속초, 동해, 인제, 익산, 경주, 통영, 김천, 사천 등 9개 지역을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새로 지정해 세컨드홈 특례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기존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에 이들 9곳이 추가되면서 특례 적용 지역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가격 기준도 대폭 상향
이번 조치에서는 지역 확대와 함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의 가격 기준도 크게 올랐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시가격 요건은 기존 4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됐고, 취득세 특례 대상 주택의 취득가액 기준은 3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주택을 매도할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 역시 12억원까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종전에는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에 국한됐던 세컨드홈 특례가 중가·고가 주택까지 폭넓게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세컨드홈으로 인정받으려면 해당 주택이 지정된 인구감소지역 또는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위치해야 하며, 기존 거주 주택과 별도로 추가 취득한 주택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지역 확대가 관광 자원이나 지역 특화 산업 기반을 갖춘 지방 도시에 투자와 인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대책 등은 별도 트랙에서 추진
정부는 이와는 별개로 지방 주택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에 대한 공공 매입 규모 확대, 10년 등록임대 제도의 한시적 부활, 재건축 사업에서 전체 용지의 5%를 공원으로 확보하도록 한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검토되거나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정책은 세컨드홈 특례지역 추가 지정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주택 공급·정비사업 관련 조치로, 발표 시점과 추진 경과가 세컨드홈 제도와 각각 다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으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제도를 통해 세제 혜택과 각종 지원을 집중해 왔으나,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면서 지원 대상과 혜택 폭을 추가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세컨드홈 특례지역 확대와 가격 기준 상향은 이 같은 요구에 대응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제 혜택을 노린 자금이 지방으로 이동할 경우 특정 지역의 국지적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세컨드홈 특례가 실수요자 중심의 지방 정착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세컨드홈 세제 혜택 확대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인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그리고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