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의료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의대정원 증원 갈등을 매듭짓고,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과 초고령사회 대응을 통해 의료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되돌리기로 확정했으며, 같은 시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디지털 전환과 고령화 대응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의대정원 갈등, 증원 이전 수준으로 환원
교육부는 2025년 3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존 증원분 2천명이 반영된 5천58명이던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정부는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정원을 환원하기로 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는 정원 동결 철회에 반발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장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정원 문제와 별도로 외국인 의료인력의 제한적 진료 허용,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 정비,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수가 개편 등 질적 개선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급성기 병상을 의료 수요에 맞춰 재편하고 대안적 지불제도를 확대하는 등 가치 기반 의료체계로의 전환도 병행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국제 협력 확대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 KHF 2025에는 약 300개사, 460개 부스가 참가해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기기, 원격 모니터링 등 첨단 의료기술을 선보였다.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헬스케어 박람회로 꼽힌다.
같은 시기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주최한 2025 세계 바이오 서밋이 혁신에서 접근으로: 모두를 위한 의료혁신이라는 주제로 9월 17일 열려 전 세계 보건의료 리더들이 참석했다. 앞서 9월 15일부터 16일까지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15차 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가 서울에서 처음 열려 21개 회원경제 고위급 인사들이 디지털헬스와 건강한 노화 등을 논의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5월 감염병 등 질병재난 대응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는 질병재난아카이브(SAVE)를 국내 최초로 개통했다. 이 아카이브는 국내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운영된 주요 감염병 관련 보도자료와 지침 등 약 2만 건의 자료를 질병별, 생산기관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초고령사회 대응이 핵심 과제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12월 말 기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제 기준상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이동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2045년에는 37%까지 높아져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였던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5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취약계층 복지 강화, 국민체감 의료개혁, 맞춤형 돌봄 안전망 구축, 초고령사회 본격 대응을 4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 의료개혁이 정원 확대라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질적 개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의료 현장의 신뢰 회복과 정책 이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