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 만에 완성한 첫 정상
그룹 엔하이픈이 미니 8집 ‘THE SIN : BLISS’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Billboard 200’ 첫 1위에 올랐다. 2020년 데뷔 이후 6년 만에 도달한 정상이다. 연합뉴스가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THE SIN : BLISS’는 엘라 랭글리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앨범을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단순한 차트 진입이나 자체 최고 기록 경신을 넘어, 엔하이픈의 앨범 경쟁력이 미국 대중음악 시장의 핵심 지표에서 처음으로 최고점을 찍었다는 의미가 있다.
빌보드는 30일 현지시간 공개한 차트 예고 기사에서 이 같은 순위를 밝혔다. 엔하이픈은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어 ‘Billboard 200’ 1위를 기록한 여섯 번째 K-pop 보이그룹이 됐다. 블랙핑크, 뉴진스, 트와이스, 캣츠아이 등 걸그룹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까지 정상을 경험한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이번 기록은 K-pop 앨범이 특정 팀이나 세대에 한정되지 않고 미국 차트 최상단에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개 앨범이 쌓아 올린 단계적 상승
첫 1위는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엔하이픈은 2021년 ‘BORDER : CARNIVAL’로 ‘Billboard 200’에 처음 진입한 뒤 모두 10개 앨범을 이 차트에 올렸다. ‘ROMANCE : UNTOLD’와 ‘THE SIN : VANISH’로 각각 2위까지 상승했지만 정상 문턱은 넘지 못했다. 이번 ‘THE SIN : BLISS’는 두 차례의 2위 기록 뒤 마침내 확보한 1위라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서 형성해 온 팬덤과 앨범 소비 기반이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연속성도 눈에 띈다. 엔하이픈은 ‘MANIFESTO : DAY 1’부터 7개 앨범을 연이어 ‘Billboard 200’ 톱 10에 진입시켰다. 한 작품의 화제성에 의존한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는 뜻이다. 10개 앨범의 차트 진입, 두 작품의 최고 2위, 7개 작품 연속 톱 10, 그리고 첫 1위가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 데뷔 6년 동안 축적된 기록이 이번 주 하나의 숫자로 압축됐지만, 그 숫자 뒤에는 반복적으로 앨범을 선택한 글로벌 청취자들의 장기적인 반응이 자리한다.
이러한 상승 곡선은 K-pop 그룹의 미국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든다. 정상 등극 자체가 가장 강렬한 장면이라면, 여러 앨범을 끊김 없이 상위권에 올리는 힘은 팬덤의 지속성을 확인하게 하는 지표다. 엔하이픈은 첫 진입 이후 순위를 높이는 동시에 톱 10 연속 기록까지 이어왔다. 이번 1위는 오랜 기간 유지된 흐름의 결승점인 동시에, 앞으로 발표될 작품마다 직전 성과와 비교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9만8천 유닛이 보여준 앨범 구매력
‘THE SIN : BLISS’는 이번 집계 기간 미국에서 9만8천장의 앨범 유닛을 기록했다. ‘Billboard 200’은 실물 음반을 포함한 전통적 앨범 판매량에 스트리밍을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를 환산한 TEA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엔하이픈의 앨범 유닛 가운데 9만2천장은 앨범 판매량이었으며, SEA는 6천장, TEA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체 성적에서 전통적 앨범 판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이 수치는 ‘THE SIN : BLISS’가 같은 주 ‘톱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른 배경을 설명한다. 스트리밍 환산량보다 앨범 구매가 성적을 주도했다는 점은 엔하이픈 팬덤의 소비가 작품 단위로 강하게 결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illboard 200’이 서로 다른 음악 소비 방식을 하나의 앨범 유닛으로 통합하는 차트인 만큼, 어떤 요소가 순위를 견인했는지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결과에서는 앨범을 직접 소유하려는 수요가 첫 정상 등극의 핵심 동력이었다.
한국 시장의 반응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THE SIN : BLISS’는 지난 27일 한터차트 기준 누적 판매량 202만장을 돌파해 더블 밀리언셀러가 됐다. 한국에서 확인된 202만장과 미국 차트 집계 기간의 9만8천 유닛은 집계 지역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국내의 대규모 판매와 미국의 메인 앨범 차트 1위가 같은 앨범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엔하이픈의 팬덤이 한 시장에 머물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THE SIN’의 결말, 글로벌 팬덤의 새 장면
음악적으로 ‘THE SIN : BLISS’는 죄악을 모티브로 삼은 ‘THE SIN’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다. 금기를 깨고 도피한 연인이 마주한 여정의 결말을 다루며, 타이틀곡 ‘Bloody Paradise’와 수록곡 ‘Two Fools’를 포함해 모두 10곡을 담았다. 시리즈형 서사와 정규 분량에 가까운 곡 구성이 하나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팬들은 개별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강한 실물 앨범 판매 역시 음악과 이야기, 작품 단위의 감상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주 ‘Billboard 200’에는 K-pop의 폭넓은 존재감도 함께 나타났다. 전주 1위였던 캣츠아이의 ‘WILD’는 5만5천 앨범 유닛으로 6위, 스트레이 키즈의 ‘THIS & THAT’은 4만8천 유닛으로 8위를 기록했다. 서로 다른 팀이 같은 주 톱 10에 자리한 가운데 엔하이픈이 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은 글로벌 팬들이 K-pop 안에서도 다양한 음악과 팀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팀의 성공이 다른 팀의 퇴장을 뜻하기보다, 여러 K-pop 작품이 동시에 미국 주요 앨범 시장의 상위권을 구성하는 모습이다.
엔하이픈에게 첫 ‘Billboard 200’ 1위는 6년의 성장 기록을 증명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의 기준을 높이는 성과다. 202만장의 국내 누적 판매, 미국 집계 기간 9만8천 앨범 유닛, 7개 앨범 연속 톱 10이 한 지점에서 만나며 ‘THE SIN : BLISS’를 팀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K-pop의 세계적 확장이 추상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10개 앨범을 차트에 쌓아 올리고 마침내 미국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성장 과정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