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9일 “산업의 대도약과 국민의 재도약이 함께 가야 한다”며 “이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도약을 위한 투자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성장의 힘을 바탕으로 이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이같이 썼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30일 이 글을 두고 “지금 청와대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서 김 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이해충돌·직무 유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ETF 국민 피해 3인방은 즉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성장 구상
김 실장은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 내년은 2.9%로 발표했다”며 “어렵게 되살려온 성장의 흐름이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고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면, 이제는 그 성장의 힘을 국민의 삶과 기회로 연결해야 할 때”라며 “이른바 ‘K자형 성장'(양극화 심화)의 문제를 풀어야 비로소 성장의 성과가 더 많은 국민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의 온기가 늦게 닿는 곳부터 살피고, 사람의 가능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재정이 필요하다”며 “성과가 국민의 삶 곳곳으로 더 빠르고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데 정책의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주거 때문에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주거 부담을 낮추고, 일하고 싶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국민에게는 소득과 경력을 이어갈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는 분들에게는 다음 일자리로 옮겨갈 때까지 소득과 전환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려는 국민에게는 나이와 형편에 관계없이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반박
정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실장을 향해 “잘 된 건 다 정부 덕분이고 잘못된 건 내 탓 아니라는 ‘무책임한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콘트롤타워로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분이 아직도 이렇게 국민 시선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을 한다는 게 매우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이재명 정부 덕분인 것처럼 말하는 김 실장의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며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진 것은 전적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덕분이며, 모두 우리 기업들이 이룬 성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만들어 산업 현장의 파업을 조장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으로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며 기업들 발목만 잡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김 실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덕분에 ‘소비심리도 빠르게 회복됐다’고 자화자찬했는데, 소비쿠폰은 일시적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며 “거리에 나가 자영업 하는 분 아무나 붙잡고 소비쿠폰 덕분에 경기가 살아났는지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본인들이 망쳐놓은 주식, 부동산, 물가 문제를 마치 먼 산 바라보듯 남 일처럼 말하고 있다”며 “정신 차리시라. 주식, 부동산, 물가 3대 불안은 전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원흉”이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의원이 제기한 이해충돌 의혹
나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사령탑과 금융감독 수장, 정부로부터 족쇄를 푼 제도를 승인받은 시장 1위 거대자본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얽혀 졸속 도입을 밀어붙였다는 합리적 의심을 도저히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 실장과 이 원장의 아들들이 ETF 운용사인 미래에셋에 재직 중이고, 이 회사가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사실을 거론하며 “김 실장과 이 원장, 미래에셋 재직 중인 아들들은 졸속 도입된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했나.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 과연 얼마의 성과급을 받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의원실에서 회의록을 받아 체크해보니, 이해충돌 당사자인 이(찬진) 원장은 올해 1월 28일과 4월 15일 금융위 회의에 버젓이 참석해 레버리지 ETF 규제 해소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며 “법으로 엄격히 규정된 이해충돌 제척과 기피 의무는 제대로 지켜졌는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을 두고 “시장을 뒤흔들 제도를 승인하며 최소한의 이해충돌 여부조차 살피지 않은 무능과 직무 유기를 자백한 것이며, 54조원의 피해를 본 국민과 국회를 뻔뻔하게 능멸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 윤리를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국민의 54조원을 제물로 삼은 이들을 ‘ETF 국민피해 3인방’이라 부르겠다”며 “일련의 정황들이 사실이라면 즉시 사퇴하라.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도입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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