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 열기가 22년 전 개봉작 ‘트로이’의 온라인 시청을 한 달 만에 약 40배로 끌어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6일까지 SK Btv, LG유플러스 tv, 지니 TV 등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 서비스에서 ‘트로이’를 구매한 건수는 2만3천653건으로 집계됐다. 7월 구매량 574건과 비교하면 4천20.7% 증가한 수치다. 한 편의 신작이 극장 관람에 그치지 않고 서사적으로 연결된 과거 작품까지 다시 불러내는 이례적인 연쇄 흥행이 펼쳐지고 있다.
2004년 한국에서 개봉한 ‘트로이’는 8월 온라인 영화 구매 순위에서도 전월보다 103계단 상승해 7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10만1천648건을 기록한 ‘군체’, 5만152건의 ‘왕과 사는 남자’ 등에 이어 오래된 작품이 최신 영화들과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한 것이다. 단순한 추억 소비라기보다 ‘오디세이’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관객의 능동적인 탐색이 구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극장에서 시작된 관심이 가정의 온라인 상영관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거대한 고전 서사 관람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다시 부른 트로이 전쟁
두 작품을 잇는 핵심은 이야기의 시간 순서다.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트로이 전쟁을 다룬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와 도주하면서 전쟁이 시작되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비롯한 영웅들이 10년 동안 맞서는 과정이 중심에 놓인다. 올랜도 블룸이 파리스, 디아네 크루거가 헬레네,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우스, 에릭 바나가 헥토르를 연기했다. 인물들의 선택과 대립을 따라가다 보면 ‘오디세이’가 출발하는 세계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왕국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맡았다. 따라서 ‘트로이’를 먼저 보면 전쟁이 왜 벌어졌고 어떤 영웅들이 충돌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오디세이’를 본 뒤에는 귀향길 이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관객이 두 영화를 앞뒤로 배치해 감상하는 순간, 각각 독립된 작품은 전쟁과 귀환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작동한다.
이 연결성은 ‘트로이’의 급격한 재부상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평가된다. ‘오디세이’의 화제성이 단순히 놀런 감독이나 대형 화면에 대한 관심에 머물지 않고, 작품이 바탕으로 삼은 세계와 인물의 전사까지 파고드는 방향으로 번진 것이다. 특히 이미 극장 상영을 마친 지 오래된 영화가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 구매 순위에서 103계단 뛰었다는 사실은 관객이 신작 감상 이후 스스로 다음 콘텐츠를 찾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놀런의 20년 기억이 만든 특별한 연결고리
두 작품 사이에는 서사뿐 아니라 제작자의 기억도 놓여 있다. 놀런 감독은 과거 ‘트로이’ 제작 과정에 참여했으나 최종적으로 연출을 맡지는 않았다. 당시 접한 트로이 목마의 이미지는 이후 20년 동안 그의 머릿속에 남았고, ‘오디세이’ 제작의 씨앗이 됐다. 지금 관객들이 ‘오디세이’를 통해 ‘트로이’를 다시 찾아가는 흐름은 놀런 감독이 긴 시간 간직해온 이미지의 출발점까지 되짚는 여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트로이’의 역주행은 흔한 전작 복습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감독이 만든 연속 작품도 아니고, 출연진이 그대로 이어지는 시리즈도 아니다. 시대와 제작 환경이 다른 두 영화가 트로이 전쟁이라는 서사와 한 감독의 창작 기억을 매개로 연결됐다. 관객은 등장인물과 사건의 순서를 맞추는 동시에, 오래된 이미지가 새로운 영화로 발전하는 과정까지 함께 발견하게 된다. 신작 한 편이 창작자의 과거 경험을 조명하고, 그 경험과 맞닿은 작품의 가치를 다시 높인 셈이다.
극장 흥행이 온라인 상영관으로 번지다
‘오디세이’ 자체의 흥행 속도도 이런 확산을 뒷받침한다. 이 영화는 8월 5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고, 개봉 24일째인 28일 누적 관객 800만명을 넘어섰다. 4일째 100만명, 6일째 200만명, 19일째 7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관객을 모았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왕과 사는 남자’가 각각 개봉 26일째 800만명에 도달한 것보다 이틀 빠른 올해 최단 기록이다. 대규모 관객이 같은 시기에 작품의 배경을 탐색하면서 ‘트로이’ 구매량도 가파르게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관람 형식의 차이도 흥미롭다.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압도적인 화면과 사운드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극장으로 관객을 모았다면, ‘트로이’는 SK Btv와 LG유플러스 tv, 지니 TV 등 가정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다시 소비되고 있다. 한 작품은 대형 스크린의 체험성을 앞세우고, 다른 작품은 원하는 시간에 서사의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한다. 서로 다른 관람 방식이 경쟁하기보다 관객의 이해와 몰입을 차례로 확장하는 구조다.
‘트로이’의 2만3천653건 구매는 ‘오디세이’ 열풍이 극장 매출과 관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도 드러낸다. 신작을 본 관객이 관련 영화를 찾고, 온라인 상영관의 순위가 움직이며, 오래된 작품이 최신 콘텐츠 사이에서 다시 발견되는 순환이 형성됐다. 작품 한 편의 성공이 다른 영화의 소비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유통의 여러 창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 편을 넘어 세계관을 탐색하는 관객들
이번 흐름의 중심에는 고전 서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관객이 있다. ‘오디세이’를 본 뒤 전쟁 이전의 인물과 사건이 궁금해진 관객은 ‘트로이’를 구매하고, 두 작품의 시간적 관계를 직접 구성한다. ‘트로이’를 먼저 본 관객에게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전쟁 이후의 결과로 읽히고, ‘오디세이’를 먼저 본 관객에게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탐색이 된다. 관람 순서에 따라 감상의 초점이 달라지는 것도 두 영화가 함께 주목받는 이유로 분석된다.
온라인 구매 순위가 한 달 사이 103계단 상승한 현상은 오래된 작품의 수명이 개봉 연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작품이 과거 서사를 다시 비추면 이미 공개된 영화도 현재의 관심사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수치가 보여주는 범위는 8월 26일까지의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 구매다. 이후 흐름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한국 관객이 극장 신작을 출발점으로 과거 영화까지 적극적으로 확장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도 이 현상은 흥미롭다. 한국에서 ‘오디세이’의 대형 화면 흥행이 2004년 작품 ‘트로이’의 온라인 구매를 약 40배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국경과 개봉 시기를 넘어 연결된 이야기를 찾아가는 오늘날 관객의 감상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련 뉴스
· '오디세이' 열풍에 '트로이' 시청 40배 늘어…놀런 작품도 인기 (연합뉴스)
· ‘오디세이’ 신드롬급 인기에 천만 갈까?…놀란 작품 ‘역주행’도 [이런뉴스] (KBS)
· [주말의 취향]중국 왕자가 된 ‘햄릿’, 창극으로 태어난 ‘셜록 홈즈’…음악극으로 오디세이 떠나볼까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