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평균 성장률인 3%대 초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로,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대책 이후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줄고 갭투자 등 투기적 거래도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서는 7월 이후에도 상승 거래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가격 상승 기대와 잠재 구입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내수 회복 시나리오
KDI는 11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2025년에는 건설투자 부진의 영향으로 0.8% 성장하는 데 그친 뒤, 2026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치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민간소비는 금리 하락과 소비 진작책 등에 힘입어 2025년 하반기 이후 부진이 점차 완화되며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1.3%, 1.5%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 역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금리 하락과 반도체 경기 호조가 유지되면서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1.8%, 1.6% 수준의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KDI는 분석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고금리 시기에 부진했던 건설수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2024년 마이너스 3.3%에 이어 2025년에도 마이너스 8.1%의 큰 폭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건설수주 회복이 점차 반영되면서 2026년에는 2.6% 안팎의 증가세로 전환하며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6·27 부동산 대책 효과 제한적으로 평가
한국은행은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 이후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줄고 갭투자 등 투기적 거래도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서는 7월 이후에도 상승 거래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잠재 구입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주택 거래를 억제하는 데는 일정한 효과를 냈지만,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상승 심리를 꺾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주택시장 상황을 향후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고려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값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기준금리 인하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한 바 있어, 통화정책과 주택시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경기 부양 필요성과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시장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와 낮은 경제성장세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24년 16만명에서 2025년 15만명, 2026년에는 11만명 안팎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의 일자리 사업 영향을 받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외 여건에서는 미국의 높은 실효관세율이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KDI는 미국의 실효관세율이 1930년대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통상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음에도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과의 통상 갈등이 격화될 경우 세계 경기가 둔화하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KDI 전망과 한국은행의 부동산 대책 평가가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정책당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고가주택 시장의 상승 기대 심리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함께 도모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향후 정책 논의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