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8조원 규모 자본확충 완료…리밸런싱 마지막 퍼즐 맞춰
SK이노베이션이 지난 7월 결정한 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2025년 9월 25일 확인됐다. 이번 자본확충은 SK그룹이 추진해 온 사업·재무구조 리밸런싱의 핵심 축으로, 순차입금을 9조5000억원 이상 줄여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7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그리고 총 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함께 의결한 바 있다.
자본확충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 자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2조원이다. 회사는 신주 1801만8012주를 주당 11만1000원에 발행하며, 조달 목적을 채무상환자금으로 명시했다. 제3자 배정 대상에는 최대주주인 SK㈜가 포함돼 4000억원을 출자했으며, 출자 이후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51.7%로 높아졌다. SK㈜는 일부 참여 펀드와 3년 만기 주가수익스왑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여기에 영구채 발행으로 7000억원,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유상증자로 3000억원을 각각 조달해 1차로 5조원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말까지 나머지 3조원을 추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9월 들어 LNG 발전 자회사 유상증자를 통해 3조원을 확보하면서 당초 목표했던 8조원 조달을 사실상 완료했다.
자본확충과 함께 결정된 SK온-SK엔무브 합병
7월 30일 이사회에서는 자본확충과 함께 SK온이 윤활유·액침냉각 계열사인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함께 결의됐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 8000억원 규모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변동성을 엔무브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일부 상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합병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윤활유·배터리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자본 구조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밸런싱을 추진하게 된 배경
이번 대규모 자본확충은 SK그룹이 올해 들어 추진해 온 전방위 리밸런싱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등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아 왔으며, 이에 따라 SK그룹은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2030년까지 상각전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하고 순차입금을 20조원 미만으로 관리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SK온은 미국 배터리 업체 플랫아이언과 1기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최대 6.2기가와트시 규모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하는 등 수주 활동도 병행해 왔다. 자본확충이 단기 재무 리스크 관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사업 확장 여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전망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자본확충과 SK온-SK엔무브 합병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이 단독으로 부담해 온 재무 리스크를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로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총 8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향후 실적 개선 속도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SK온-엔무브 합병법인이 11월 1일 공식 출범한 이후 통합 조직이 실제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주는지가 이번 리밸런싱의 성패를 가늠할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분기별 실적 발표를 통해 순차입금 감축 속도와 배터리 사업 수익성 회복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