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과 23일, SNS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행세를 하는 계정이 나타나 팔로우하거나 말을 건 이들을 불법 주식 리딩방으로 끌어들였다.
대화방으로 끌어들이는 수법
문제의 계정은 “경제의 미래를 읽고 중심을 잡고 싶다면 지금 팔로우(친구 추가)하세요!”라는 소개 문구를 내걸고 경제 흐름 해설을 표방한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대놓고 투자를 권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친구 추가나 쪽지에 반응을 보인 이들에게는 곧바로 “공부 모임이 있다”는 말로 단체대화방 입장을 요구했다.
대화방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졌다. 운영자는 “두자릿수 수익률이 나는 종목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신상정보부터 캐물었고, 뒤이어 특정 종목을 짚어줬다. 실시간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종목을 짚어주는 이런 채널은 정식으로 등록된 투자자문업자만 열 수 있는데, 정작 이 조직은 내세울 상호조차 없었다.
“내부 사정”이라던 답변, 그래도 계정은 정지
취재진이 직접 “한국은행과는 무슨 상관이 있냐”고 캐묻자 운영자는 “금융기관에는 원래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내부 사정이 많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한은 측이 나서서 SNS 운영사에 삭제를 요구하자 해당 계정은 만들어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접근이 끊겼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도 상당수가 이미 대화방에 들어온 뒤였고, 이들이 모인 텔레그램방은 계정이 사라진 뒤에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유명인 사칭형 투자 사기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을 내세워 불법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이제 하나의 사기 유형처럼 굳어졌다. 신 총재뿐 아니라 금융권 유명 인사, 연예인, 이른바 핀플루언서를 사칭한 계정이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투자 카페, 유튜브 채널의 정식 계정을 베낀 가짜 계정도 나타나고, 평범한 사람이 SNS에 올려둔 사진을 무단으로 갖다 쓴 사례도 있다.
1분기 피해액만 1천817억원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이런 투자사기형 피싱으로 접수된 건수는 6천769건, 피해 금액은 1천817억원이었다. 지난 한 해로 범위를 넓히면 건수는 1만1천468건, 금액은 3천916억원에 이르렀다.
한은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사칭 계정이 발견되는 대로 운영사 측에 삭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사칭 계정을 사전에 파악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검토해서 발견 시 즉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