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에 120조원 투자…AI 메모리 생산거점 구축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1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2025년 2월 24일 해당 부지에서 1기 팹 착공식을 열고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국내 민간기업의 단일 공장 투자로는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4기의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처음 발표했으며, 이후 부지 조성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5년 2월 1기 팹 착공에 들어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SK하이닉스는 착공식을 통해 용인 클러스터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기 팹에서는 D램과 HBM 등 AI용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며, 완공 이후에는 웨이퍼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 패키징, 신사업 진출이 아닌 기존 역량의 확장
이번 투자를 두고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생산에 필수적인 첨단 패키징 공정을 오랫동안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다. 회사가 독자 개발한 MR-MUF(매스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 공법은 HBM3와 HBM3E 양산 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핵심 기술이며,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사업장에서 관련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도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패키징 역량은 이미 국내외 복수 거점에 걸쳐 있는 상태다. 따라서 용인 클러스터 투자는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이라기보다 기존에 보유한 메모리·패키징 역량을 대규모 생산기지로 확장하는 성격에 가깝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메모리 칩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여러 개의 칩을 쌓아 올려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할 HBM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메모리 업체의 패키징 기술력이 공급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웨이퍼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산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용인 클러스터 조성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세제 지원과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반도체 특별법에 따른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도 이러한 지원책의 하나로 꼽힌다.
향후 전망과 과제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HBM4 등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개발과 양산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실적 발표 등을 통해 HBM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를 지키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에 따라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과제도 함께 거론된다. 팹 건설과 장비 도입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며,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 업체들도 첨단 패키징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관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SK하이닉스가 관리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준공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2기, 3기, 4기 팹을 건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