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3400억원 시리즈C 투자 유치…기업가치 1조9000억원 육박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6400억원, 기업가치 약 1조9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이 이번 라운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처음 참여했으며, 삼성벤처투자와 삼성증권, 대만 페가트론 벤처캐피탈, 포스코기술투자, 주성엔지니어링, HL디앤아이한라, 인터베스트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함께했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서버 및 고성능컴퓨팅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번 시리즈C 투자는 지난해 1월 마무리된 시리즈B 라운드 대비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성장한 결과로,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확보한 자금을 주력 제품인 리벨쿼드(REBEL-Quad)의 양산과 후속 제품 리벨아이오(REBEL-IO)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피온 합병으로 시작된 유니콘 도약
리벨리온이 유니콘 반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벨리온은 2024년 6월 SK텔레콤 계열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시키며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아 국내 AI 반도체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번 시리즈C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가 1조9000억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리벨리온은 출범 이후 약 9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추가로 크게 끌어올린 셈이다.
리벨리온은 서버 및 고성능 컴퓨팅(HPC) 전용 NPU 제품인 아톰(ATOM)과 리벨(REBEL) 시리즈에 개발 역량을 집중해왔다. 삼성전자 5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2세대 칩 아톰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 처리를 지원하는 3세대 칩 리벨은 테이프아웃을 완료한 상태다. 박성현 대표는 회사 설립 5주년을 맞은 미디어데이에서 이 같은 성과를 공개하며,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생태계에 맞서는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과 시장 확대
리벨리온은 국내외 데이터센터 사업자 및 클라우드 기업들과의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암의 이번 투자는 아시아 스타트업에 대한 암의 첫 투자 사례로, 양사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발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NPU가 기존 GPU 대비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추론 성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 부담 증가가 저전력 고효율 칩 수요를 늘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리벨쿼드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과 미국, 유럽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UCIe) 기반의 모듈형 시스템온칩(SoC)인 리벨쿼드는 회사의 차세대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국내 팹리스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리벨리온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 유치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었던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시스템 반도체와 AI 칩 설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수 인재 확보와 후속 투자 유치가 선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AI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벨리온의 성장세가 향후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벨리온을 포함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레퍼런스를 축적해 나갈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팹리스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