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개발 성공…삼성전자 추격 본격화
SK하이닉스가 2025년 9월 12일 공식 발표를 통해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핵심 메모리 공급업체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으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메모리 3사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을 완료한 HBM4는 기존 세대인 HBM3E보다 데이터 입출력 통로를 2,048개로 늘려 대역폭을 두 배로 확대했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했다. 동작 속도는 초당 10기가비트 이상으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JEDEC가 정한 HBM4 표준 속도인 8Gbps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에 양산 체제를 구축한 제품은 12단 적층 방식이며 단일 칩당 용량은 36기가바이트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을 고객 시스템에 적용하면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하며 품질 검증을 진행해왔고, 이번 양산 체제 구축을 계기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HBM4 메모리의 대표적 고객사로 꼽히며,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가속기용 메모리 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HBM4 개발과 고객사 인증에 속도를 내고 있어, 특정 업체가 물량을 독점 공급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HBM4 개발 배경과 기술적 의미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동시에 높인 메모리로, 대규모 언어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HBM2, HBM3, HBM3E에 이어 HBM4까지 매 세대 최초 개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HBM3E 양산 과정에서 축적한 12단 적층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HBM4에 적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HBM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 제작에서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협력하고 있다. 고객사별 맞춤형 반도체 설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TSMC의 첨단 로직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업체 간 협업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전망과 경쟁 구도
증권가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에서도 절반을 넘는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하며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3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HBM4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재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계약 조건 등은 기업 간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고 있어, 향후 분기 실적 발표 등을 통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HBM4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약 20조원을 투입해 충북 청주에 신규 D램 생산기지인 M15X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 공장에서 HBM4용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이천과 용인 지역은 차세대 AI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어, 후공정인 패키징과 테스트 라인까지 아우르는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측은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늘어나는 고객사 수요에 순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실제 가동률과 수율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실적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