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심전도 진단 국내 병원 확산…순천향대서울병원도 ‘에티아’ 도입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건강증진센터가 지난 7월 1일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솔루션 ‘에티아(AiTiA)’를 건강검진에 전면 도입했다. 의료진이 심전도 파형을 육안으로 판독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심전도 원시 데이터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좌심실 수축기능부전, 좌심실 이완기능부전, 급성심근경색,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주요 심장질환의 발생 가능성과 위험도를 수치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티아는 국내 의료 AI 기업 메디컬에이아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이 가운데 급성심근경색 선별 소프트웨어 ‘AiTiAMI’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확증임상시험에서 91.7%의 정확도로 급성심근경색을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좌심실 수축기능부전 관련 소프트웨어 ‘AiTiALVSD’는 2023년 3월 식약처 허가를 취득했고, AiTiA 시리즈 전체는 2025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측은 기존 심전도 검사가 의료진의 파형 판독에 의존해 미세한 이상 소견을 놓칠 가능성이 있었던 반면, 에티아는 파형에 담긴 미세한 정보까지 분석해 위험도를 수치화함으로써 진단을 보조하고 심장질환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I 심전도 분석, 국내 의료 현장으로 확산
AI를 활용한 심전도 분석 시도는 순천향대서울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이희선·이태민 교수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4만713명의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검사 데이터 6만711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무증상 심장 기능 저하가 확인된 32건 가운데 29건을 AI 심전도가 고위험군으로 정확히 분류했으며, 위험이 낮은 사람을 걸러내는 음성예측도는 100%를 기록했다.
심정지 위험을 예측하는 AI 솔루션도 이미 임상 현장에 자리잡고 있다. 의료 AI 기업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카스’는 2024년 말 기준 상급종합병원 13곳을 포함해 70여개 병원에서 청구 및 계약을 완료했으며, 별도로 40여개 병원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판독 분야에서는 루닛이 개발한 유방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MMG’가 국내에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병원 도입 시 비급여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코어라인소프트의 폐암 CT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 ‘에이뷰 LCS’는 국가 폐암 검진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남은 과제
다만 AI 의료기기가 임상 현장에 빠르게 보급되는 것과 달리,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내 AI 의료기기는 500건을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대상은 통합심사평가를 거쳐 정식 급여를 인정받은 28건과 평가유예를 통해 한시적으로 급여가 적용된 21건을 합쳐 49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받은 제품의 상당수가 아직 보험 체계 밖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정부는 국가건강검진 내 AI 영상 판독 보조 대상을 기존 폐암 검사에서 유방암 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검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4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에 포함시켰다. 의료 현장에서는 AI 진단 보조 기술이 의료진을 대체하기보다는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조기 발견율을 끌어올리는 보조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고령화로 심혈관 질환과 만성질환 관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AI 기반 진단 시스템이 의료진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검진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