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심리상담 사업을 임상심리사뿐 아니라 정신건강 분야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작업치료사도 맡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심리상담을 고유업무로 둔 임상심리사들은 상담 전문성이 떨어지고 고위험군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복지부가 13일 밝힌 바에 따르면 입법예고가 진행 중인 것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국가,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 수행’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 항목에 넣는 것이 골자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4개 직역으로 구성된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직역은 임상심리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네 갈래다.
개정되면 사회복지사·간호사·작업치료사도 공공 심리상담을 맡는다
지금은 심리상담이 임상심리사의 고유 업무로 묶여 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에게도 국가·지자체의 심리상담 사업을 수행할 길이 열린다.
복지부는 바우처 사업과 재난 심리지원 참여를 이유로 들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2024년부터 시행된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 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포함되는 등 재난 현장의 재난 심리 지원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반영해 심리상담 사업을 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 업무로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신건강학계에서도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신건강학계 등에서도 그동안 지적이 나왔다.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직역과 무관하게 심리상담을 하고 있는 현실에 맞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회는 고위험군 감별 실패를 우려했다
반대편에 선 것은 심리상담 고유 직역이었던 임상심리사들이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성명을 내고 “준비되지 않은 비전문 인력에게 심리상담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자살 등 고위험군 감별 실패로 이어져 국민 정신건강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수련 깊이가 직역마다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학회가 내세운 근거는 직역별 교육과 수련의 차이다. 학회는 “각 직역의 학부·대학원 교육 과정과 법정 임상수련 깊이가 현저히 다르며 심리 상담은 단순한 위로성 대화나 자원 연계가 아니라, 정확한 정신병리 감별과 심리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고도의 임상행위”라며 “정밀 평가 역량이 결여된 상담 인력이 무분별하게 배치되면 국가 자살예방 안전망이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6월 보류와 7∼8월 협의체를 거쳐 다시 추진됐다
이번 개정에는 앞선 경과가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을 먼저 추진하다 임상심리계의 반발로 한 차례 보류했고, 7∼8월 직역 간 공식 협의체를 가동한 뒤 이번에 다시 개정에 나섰다. 임상심리학회는 이를 두고 “협의체 종료 후 협의·소통 없이 이뤄진 밀실·기습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11일 기자회견에 이어 19일 도심 집회를 연다
학회는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9일에는 도심 집회가 예정돼 있으며, 전국 임상심리학 교수와 전문가, 대학원생, 범심리상담계 유관 단체가 함께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