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권성동 의원 압력 의혹 필리핀 7천억 차관 사업 즉시 중단

이재명 정부, 권성동 의원 압력 의혹 필리핀 7천억 차관 사업 즉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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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부정부패 우려로 기획재정부가 차관 지원을 거부했던 7천억원 규모의 필리핀 토목 사업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압력으로 재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겨레21의 단독 탐사보도를 접한 즉시 해당 사업에 대해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며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행히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 문제를 확인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거나 부실 집행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작년 2월 부정부패 우려로 차관 지원 거부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자국 농촌 지역 350여 곳에 모듈형 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을 위해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4억39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6100억원 규모의 초저리 EDCF 차관을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는 수개월간의 검토 끝에 공사 대상지가 지나치게 많고 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현지 기업이 부정부패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참여 의사도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어 작년 2월 “지원 불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압력을 가해 사업 재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권 의원은 작년 2월부터 5월까지 최소 세 차례 이상 최 전 부총리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의원실로 불러 사업을 다시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권 의원은 필리핀 모듈형 교량 사업에 EDCF 지원을 재개하면 그 대가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최 전 부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양허성 차관 제도다. 상대국 정부나 법인에 장기·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도로, 항만, 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주로 지원되며, 기획재정부가 사업 심사와 자금 관리를 총괄한다. 이번 필리핀 토목 사업 역시 이 EDCF 차관 지원을 전제로 추진되던 사안이었다.

야당의 반발과 정치권 논란 확산

이재명 대통령의 사업 중단 명령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며 “필리핀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추진한 정당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며 “이재명 정부가 야당 의원에 대한 정치 보복 차원에서 필요한 해외 인프라 사업을 무리하게 중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여당 계열에서는 이 대통령의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이 소관 상임위원회나 예산 심사 권한을 이용해 특정 해외 사업의 추진 여부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ODA(공적개발원조)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업이 착수 전 단계에서 중단된 만큼 실제 예산 집행이나 국제적 계약 파기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예산 심사와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향후 국회 차원의 추가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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