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 오전 10시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100일간의 국정 운영을 자평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밝혔다. 약 90분간 진행된 이날 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했으며,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 전략, 검찰개혁, 한반도 안보, 미국 내 한국인 구금 사태 해결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의 정국을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던 시기로 규정하고,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통해 소비심리가 7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주요 경기지표가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첫 100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헌정질서 정상화를 가장 큰 성과로 꼽으며 높은 점수를 매겼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제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수 진작에 나섰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생활회복지원금) 지급이다. 정부는 7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으며, 8월 22일 기준 지급 대상자의 97.6%인 4,837만 명에게 총 8조 9,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지급 이후 4주간(7월 21일~8월 17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의 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44% 늘었으며, 지급 첫 주에는 7.27%까지 매출이 뛴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개혁 4법, 추석 전 법적 틀 마련 시사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도 취임 100일을 전후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추석 전에 틀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며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9월 5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른바 ‘검찰개혁 4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법안들은 현행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9월 2일과 3일에는 현직 중견 검사 3명이 잇따라 국회에 출석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청 폐지에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이른바 ‘검찰해체 4법’ 처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여야는 9월 10일 특검법 수정안 논의를 위해 다시 마주 앉는 등 관련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내 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 진전
대통령실은 이날 “미국 내 억류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밝히고, 이들을 태우고 올 전용기가 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단속을 벌여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체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368석 규모의 초대형 여객기 B747-8i를 전세기(KE2901편)로 투입해 10일 오전 10시 21분 인천공항을 이륙,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향했다. 당초 이 항공기는 현지시간 10일 오후 애틀랜타를 출발해 11일 중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일정이 하루가량 지연되면서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 항공편에는 억류에서 풀려난 한국인 316명과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14명, 사태 수습을 위해 파견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등 정부·기업 관계자 및 의료진 21명이 함께 탑승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로, 이번 사안은 체류 자격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제도적 시각차와 함께 외교적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 인사와 군사 안전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위철환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로, 이석연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또한 박상진을 한국산업은행 신임 회장으로 임명하는 등 주요 기관장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한편 전날인 10일 오후 3시 29분경 경기도 파주시의 육군 포병부대에서는 K9 자주포 비사격 절차 훈련 중 폭발효과묘사탄이 폭발해 부사관과 병사 등 군인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부사관 2명은 중상을 입어 헬기 등을 통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군 당국은 뇌관이 폭발하지 않은 불발탄의 화약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해당 모의탄이 과거에도 세 차례 오작동을 일으켰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용을 다시 중단했다. 이번 사고는 군사 훈련용 탄약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비교적 빠르게 안정시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검찰개혁을 비롯한 핵심 개혁 과제들이 여야 대치 속에서 실제로 얼마나 결실을 맺을지가 향후 정부 평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 미국 내 한국인 구금 사태의 최종 마무리, 경기 회복세의 지속 여부 등이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날 100일 기자회견은 이 같은 개혁 의지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