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소재한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월 12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췄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평균 성장률로 거론되는 3%대 초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KDI는 이번 수정전망에서 건설투자의 극심한 부진을 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2025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8.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고금리 시기에 위축됐던 건설수주 부진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물 지표에 반영되는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 안전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이 겹치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 위축이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변수라고 지목하며,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여건 변화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I가 제시한 0.8%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며, 이후 한국은행이 8월 내놓은 0.9%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0%보다는 낮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가 대체로 1%를 밑돌거나 근접한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특정 기관만의 시각이 아니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수 회복세에도 수출 부진 지속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민간소비는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정부의 소비부양책과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1.8%의 양호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출 부문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2025년 수출 증가율은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이 한국 수출에 상당한 하방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회복 전망에도 잠재성장률 하락 우려
KDI는 2026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데다, 한국의 현재 잠재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수렴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체질로 바뀌었음을 뜻한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증가율 둔화, 투자 부진 등이 꼽힌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일부 업종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위축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 시장 역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DI 전망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1만 명 수준으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고용 창출 능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이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2.50%로 낮춘 뒤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인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금리 인하만으로 저성장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경기 부진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으로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구조적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산업 육성, 서비스업 혁신 등을 통해 경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DI는 매년 2월과 5월, 8월, 11월 등 연중 수차례에 걸쳐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대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수치를 수정한다. 이번 8월 수정전망 역시 상반기 이후 나타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건설경기 침체 심화를 새롭게 반영한 결과다. 다음 수정전망에서 건설투자 부진이 완화되고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지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여부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