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8일 제12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소방 분야에서 시급한 필수 투자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2조원 수준을 재정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이 돈을 미래대응기금에서 쓸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국비 10% 안팎에 머문 소방 예산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전환 이후에도 소방 예산의 상당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몫으로 남았고,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소방 재정에 국비를 늘리자는 논의가 본격화한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이 논란이 됐다. 또 경기도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다.
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안전과 바로 이어지는 소방 분야의 필수 투자가 줄어들지 않게 국가 지원을 늘려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당정은 지방정부가 지는 소방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2조원 지원 외에 소방 재정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2조원에 ‘알파’와 ‘베타’
회의 결과는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회의 장소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이었다.
당정은 화재진압 장비, 훈련 시설, 소방 특화 의료체계 확충 등에 드는 예산을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반영하기로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예산안 국회 심사과정에서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 지원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조원으로 어떤 항목에 투자할지도 추가 협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2조원에 대한 재정 지원의 플러스알파, 플러스베타까지 소방 지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지방교육세 (소방 예산) 전환은 플러스 베타”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조원은 소방 분야 긴급 필수투자 지원, 알파는 화재 진압 장비·훈련 시설 같은 추가 예산, 베타는 담배분 지방교육세에서 나오는 재원이다.
2조원이 내년 예산안 심사에 반영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뜻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문제는 범정부 TF에서 조금 더 논의하기로 했다.
재원 조달은 아직 미정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두 가지 방안이 나왔다. 하나는 내년 초과 세수로 새로 만들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을 소방 예산에 넣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말 일몰을 맞는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돌리는 것이다. 담배분 지방교육세는 당초 지방주거복지세로 바뀔 계획이었다.
2조원 지원 같은 소방 재정 확충에 미래대응기금을 쓰는지, 일반 회계로 예산을 편성하는지 묻자 박 수석대변인은 “(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는데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세를 두고는 당과 정부 생각이 달랐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에서는 지방교육세 전체를 전환해 전액을 (소방 재정에) 투자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정부는 다른 의견이었다”며 “논의하겠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담배분 지방교육세 세수를 모두 소방 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은 이 재원을 다른 분야와 나눠 쓰자는 방안을 낸 것으로 알려져, 당정이 더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 측에선 (담배분 지방교육세를) 분담하자고 한 의견이 있어 추후 논의할 거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안전교부세가 줄어 생긴 소방 재정 부족 문제를 두고 “긴급한 소방 재원 부족에 대해서는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에서 지원되는 비용으로 충당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지방 재정 분권 TF 재가동
당정은 소방 외에 지방 재정 전반도 다뤘다. 올해 초과 세수 등으로 내년도 지방정부가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고, 구체적인 규모는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할 방침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국세의 지방세 단계적 이양과 사무 재분배 등 보다 근본적인 지방 재정 확충 필요성에 공감하고, 범정부 재정 분권 TF를 재가동해 신속하게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고 전했다.
겨울철 자연재난 대응 계획
이날 회의에서는 올겨울 한파와 폭설에 대비한 자연재난 대응 계획도 논의됐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취약계층의 건강 보호에 중심을 두고 계층별 맞춤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며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한정애 사무총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한성숙 국무총리,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