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한국에서 누적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33일 만에 완성된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이날 오후 4시께 누적 관객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5일 개봉한 뒤 33일 만에 세운 기록이다. 올해 개봉작 중에서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를 모두 합치면 역대 35번째 천만 영화다.
외국 영화로 범위를 좁히면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오디세이’는 2022년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외화 천만 영화다. ‘아바타’, ‘인터스텔라’, ‘보헤미안 랩소디’, ‘알라딘’, ‘겨울왕국 2’ 등에 이어 역대 열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개봉 이후 6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는 점도 장기 흥행의 밀도를 보여준다.
흥행 속도 역시 가팔랐다. 개봉 4일째 100만 명을 모았고 13일째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째 800만 명을 돌파해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관객 증가세를 기록했다. 초반의 높은 관심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놀런이 한국에서 만든 첫 ‘비시리즈 쌍천만’
이번 기록으로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외국 감독이 두 편 이상 천만 관객을 모은 사례는 앤서니·조 루소 형제, 제임스 캐머런,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에 이어 네 번째다. 다만 앞선 감독들의 기록이 같은 시리즈 작품에서 나왔다면, 놀런은 서로 다른 이야기인 ‘인터스텔라’와 ‘오디세이’로 천만 고지를 밟았다. 시리즈가 아닌 두 작품으로 이 기록을 세운 외국 감독은 그가 처음이다.
두 영화는 모두 쉽고 짧은 오락물과는 거리가 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와 시간, 인류의 생존을 다뤘고 ‘오디세이’는 약 3천 년 전 고대 서사시를 172분의 장편으로 옮겼다. 그럼에도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넘겼다.
원작은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경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오디세이아’다.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다시 10년 동안 겪는 모험을 담았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연기했고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샬리즈 세런,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가 출연했다. 오래된 신화와 세계적으로 친숙한 배우들이 결합하면서 세대와 국경을 넘는 진입점을 만들었다.
3천 년 된 신화를 현재의 관객이 읽는 방식
고대 그리스 신화는 한국 관객에게 완전히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트로이 목마와 전쟁·지혜의 여신 아테나, 뱃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 같은 존재는 책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랫동안 소개됐다. 2000년 11월 출간되기 시작한 학습만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누적 판매량 1천만 부를 넘겼다.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던 독자들이 이제 극장 소비의 중심 세대로 성장했다.
CGV 집계에서는 ‘오디세이’ 관객의 연령대가 고르게 나타난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배급사 측은 어린 시절 신들의 이름과 영웅의 모험을 접한 1990년대생의 기억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익숙한 원형 서사가 새로운 영상 기술과 만나면서 향수를 넘어선 동시대적 체험으로 바뀐 셈이다.
놀런 감독은 폴리페모스와 세이렌, 인간을 돼지로 바꾸는 마녀 키르케 등 상상 속 존재를 대형 화면 위에 구현했다. 바다 항해와 트로이 전쟁, 거인과 인간의 대결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해 물리적인 질감과 규모를 강조했다. 이미 알려진 줄거리를 대형 화면의 물리적 규모로 옮긴 방식이다.
아이맥스 110만 명이 바꾼 흥행 공식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72분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지난 5일까지 아이맥스 관객은 110만2천여 명에 달했다. ‘아바타: 물의 길’의 92만9천여 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5일까지 오디세이의 누적 관객은 976만8천여 명으로, 아이맥스 관객이 그 가운데 11.3%를 차지했다.
특별관의 인기는 반복 관람으로도 이어졌다. ‘오디세이’를 두 번 이상 본 관객 비율은 6.3%로 집계됐다. 경쟁작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4.8%, ‘호프’의 4.6%보다 높았다. 개봉 당일 오전 50만 장대였던 예매량은 2주 차에 100만 장을 돌파했고, 3주 차에도 70만 장을 넘겼다. 특별관을 중심으로 한 반복 관람이 흥행 기간을 늘렸다.
‘오디세이’는 국외에서도 흥행했다. 글로벌 수익은 15억6천400만달러(약 2조1천억원)로, 기존 놀런 감독 작품 가운데 최고 수익을 낸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10억8천500만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인터스텔라’의 1천27만5천여 명을 넘어 놀런 감독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놀런 감독은 개봉을 앞둔 지난달 3일 맷 데이먼, 샬리즈 세런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관객에게 극장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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