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병력과 군사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와 1만1천t급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유력한 전력으로 거론되며,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문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파병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무엇이 논의되나
P-8A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다. 소양함은 함대에 유류와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함정이다. 정부가 검토하는 전력은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설명되고 있다.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도 피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검토가 구체화된 배경에는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이란 관련 기여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밝혔고, 지난달 30일에는 한국에 이란 문제와 관련한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이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호르무즈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한반도 대비태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운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과거 파병은 어떻게 이뤄졌나
한국의 과거 파병은 재건·의료·평화유지·선박 보호처럼 구체적인 임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이툰부대는 미국의 추가 파병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여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됐다. 약 3천800명 규모로 창설돼 이라크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평화 유지와 아르빌 경비, 재건을 맡았으며 2008년 12월 철수했다. 말기에는 병력이 약 650명으로 줄었지만 독자적인 활동 체계를 유지했다.
청해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협력 요청을 배경으로 2009년 아덴만에 파병됐다. 한국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고 국제 해상안전과 테러 대응에 동참하며, 연합해군사의 해양안보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실제로 민간 상선을 구조하고 해적을 소탕했으며, 2011년에는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의 선원 21명을 구출했다.
상록수부대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소말리아와 앙골라, 동티모르에 파병됐다. 소말리아와 앙골라에서는 건설공병부대가 도로 보수와 민사 활동 등을 수행했다. 동티모르에는 1999년 국회 동의를 거쳐 전투부대로 파견돼 치안 유지, 인도적 구호, 독립 정부 수립 지원과 선거 감시 임무를 맡았다. 동의부대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약 100명 규모의 의료지원부대로,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민사 임무를 수행하다 철수했다.
호르무즈 논의는 무엇이 다른가
현재 논의는 기존 파병처럼 최종 임무와 파견 여부가 확정된 단계가 아니다. 자이툰부대는 평화 유지·경비·재건, 상록수부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동의부대는 의료지원이라는 임무가 제시된 뒤 현지에 배치됐다. 청해부대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회 동의를 바탕으로 해적 대응과 선박 보호라는 임무를 수행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의 전쟁 상태로 설명되고 있다. 검토 대상인 소양함은 군수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P-8A는 해역 감시뿐 아니라 잠수함과 수상함의 탐지·타격 능력을 갖췄다. 정부는 방어적 자산을 중심으로 검토하지만, 이란은 한국이 자국에 맞서는 행동을 할 경우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파병의 성격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설명과 이란의 인식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국익과 충돌 위험이 쟁점
군사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우방국들의 행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이 한국의 국익과 밀접하고, 이란이 주장하는 통행세 등 통항을 저해하는 요소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제시된다. 해협의 안정 확보를 위한 방어적 수단이 중심이라면 이란의 반발만으로 필요한 조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으로 전해졌다.
우려하는 쪽에서는 현지가 사실상의 전쟁 상태라는 점과 장병 안전, 한반도 대비태세 영향을 문제로 제기한다. 집권 여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반대 여론이 높아질 경우 다수당이라도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파병을 전쟁 참여로 규정하고 적대국으로 대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점도 정부의 선택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결정 전 거쳐야 할 절차
군 자산을 파병하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파병동의안 문안을 검토하고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제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확인되는 단계는 파병 확정이 아니라 전력과 임무, 대비태세 영향 및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