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은 가족형 히어로 시리즈

무빙,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은 가족형 히어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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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아이들과 비밀을 품은 부모들

《무빙》은 2023년 8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디즈니+에서 공개된 20부작 한국 시리즈다. 첫날 7개 회차를 공개한 뒤 매주 수요일 2개 회차씩 선보였고, 마지막 20회는 9월 20일 공개됐다. 영화 《모비딕》과 《특별시민》의 각본과 감독을 맡고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가 연출했으며, 만화 《무빙》을 집필한 강풀이 극본을 맡았다.

작품의 중심에는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감춘 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다가오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선다.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외형을 갖췄지만, 능력을 드러내는 영웅의 탄생보다 능력을 감춰야 했던 가족의 사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원고등학교 학생 김봉석은 김두식과 이미현의 아들로 비행 능력을 지녔다. 장희수는 장주원과 황지희의 딸이며 상처에서 회복하는 힐링팩터 능력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친구 이강훈 역시 아버지 이재만과 연결된 사연을 품고 있다. 학교의 일상과 부모 세대의 과거가 나란히 놓이면서, 작품은 청소년의 성장과 성인의 기억을 하나의 서사 안에서 교차시킨다.

글로벌 OTT에서 펼쳐진 한국형 히어로 서사

《무빙》이 ‘글로벌 OTT 화제작’이라는 테마에 놓이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라는 점이다. 20개 회차에 걸친 이야기를 첫 주 7회, 이후 매주 2회씩 공개하는 방식은 여러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단계적으로 펼쳐 보이는 구성과 맞물린다.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 인물과 가족의 관계를 차례로 확인하도록 설계된 공개 방식이었다.

등장인물의 규모도 크다. 류승룡은 희수의 아버지이자 코드네임 ‘구룡포’인 장주원을, 한효주는 봉석의 어머니이자 전 국가정보원 정보분석관 이미현을 연기한다. 조인성은 이미현의 남편이자 전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 ‘문산’ 김두식으로 출연한다. 김성균은 강훈의 아버지 이재만을 맡았고, 차태현은 전기 능력을 지닌 시내버스 운전기사 전계도로 등장한다.

해외 독자가 이 작품에 접근할 때 주목할 부분은 익숙한 초능력의 목록보다 그 능력을 둘러싼 한국적 생활 공간이다. 비행과 괴력, 힐링팩터, 전기 능력, 투시, 스피드 같은 요소가 등장하지만 주요 무대에는 고등학교 교실과 체육 수업, 시내버스, 음식점, 신발가게, 수족관과 같은 일상적 장소가 자리한다. 거대한 능력과 소박한 생업을 한 화면 안에 두는 방식은 《무빙》의 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볼 수 있다.

액션보다 먼저 쌓아 올리는 가족의 시간

학생 세대의 서사에서 봉석과 희수, 강훈은 같은 정원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다. 최일환은 이들의 담임이자 체육 담당 교사이며, 특전부사관 출신의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이라는 또 다른 이력을 지녔다. 교장 조래혁은 국가안전기획부 과장으로, 민용준의 주도 아래 N.T.D.P.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학교가 국가 기관의 목적과 연결되면서 일상의 공간에는 긴장이 스며든다.

N.T.D.P.는 ‘National Talent Development Project’의 약자로, 국가재능육성사업을 뜻한다. 안기부 요원들을 전멸시킨 특수능력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민용준의 주도로 세워진 사업이다. 국가안전기획부 제5차장 민용준, 정보관리국장 여운규, 여러 전·현직 블랙 요원의 존재는 초능력이 개인의 비밀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관리하려는 재능으로 취급돼 왔음을 보여준다.

반대편에는 택배기사로 위장한 처리 전문 요원 프랭크가 있다. 류승범이 연기한 프랭크는 힐링팩터 능력자이며 미국 정보부에 입양돼 성장했다. 프랭크는 본명이 아니라 ‘여섯 번째 아이’를 뜻하는 코드네임이다. 알파벳 순서로 알렉스, 벤, 카메론, 도미닉, 일라이어스, 프랭크, 그레고리가 이어지며, 그는 가상의 미국 기관 SCA가 육성하는 비밀 프로젝트의 실험체 가운데 하나다. 이 설정은 능력자를 자원과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 기관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한국 현대사의 흔적이 남은 초능력 세계

《무빙》의 과거는 구체적인 연도와 사건을 따라 확장된다. 1992년 연변에서 벌어진 ‘갈매기작전’ 당시 안기부 블랙 요원 마상구가 팀장이었고, 1996년 강릉 무장 침투 당시에는 북한군이 양성한 특수능력자 박찬일이 등장한다. 북한 보위부 소속 요원 김덕윤은 북한군 특수능력자들의 리더이며, 정준화는 그들 가운데 능력이 가장 뛰어난 비행 능력자로 설정돼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오늘날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진 한국의 정보기관이다. 작품 속 부모 세대는 이 기관의 분석관이나 블랙 요원으로 활동했거나 그 작전과 관리 체계에 얽혀 있다. 코드네임 ‘문산’, ‘구룡포’, ‘봉평’, ‘진천’, ‘나주’처럼 한국의 지명을 활용한 이름도 반복된다. 해외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이러한 명명 방식은 인물을 개인의 이름보다 임무와 조직 안의 표식으로 먼저 바라보게 만든다.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 반대 시위와 그 진압에 동원된 경찰서장도 인물 설명 속에 등장한다. 청계천 주변의 노점상, 수족관, 신발가게 같은 생활 공간은 국가 기관의 작전과 나란히 배치된다. 이 대비를 통해 《무빙》은 거대한 정치적 조직과 역사적 사건이 평범한 가족과 자영업자의 삶에 어떻게 닿는지를 살피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야기는 제도 자체의 설명보다 그 안에서 살아남고 가족을 지키려는 개인들에게 더 가까이 시선을 둔다.

배우들의 재회와 공식 수상이 남긴 의미

출연진의 조합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이력이 겹쳐 있다. 류승룡, 전석호, 박광재는 2019년 방송된 《킹덤》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났고, 김성균과 유승목은 2019년 《열혈사제》 이후 4년 만에 재회했다. 김성균과 김종수는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11년 만에, 류승룡과 한효주는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11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

공식 수상 기록도 작품과 창작진, 신인 배우에게 고르게 돌아갔다. 《무빙》은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받았고, 강풀은 같은 시상식 TV 부문 극본상을, 이정하는 TV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2024년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는 《무빙》이 대상을 받았으며, 고윤정이 신인 여우상, 이정하가 신인 남우상을 수상했다.

이 결과는 작품 전체뿐 아니라 극본과 학생 세대의 연기가 함께 주목받았음을 보여준다. 《무빙》은 초능력자들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긴 호흡으로 배치한다. 액션의 규모만이 아니라 인물들이 능력을 숨기게 된 이유와 서로를 보호하려는 선택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가족극의 성격도 뚜렷하다.

지금 다시 볼 만한 이유

《무빙》은 한국형 초능력물이 어떤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늘을 나는 학생과 상처를 회복하는 소녀, 전기 능력을 지닌 버스기사, 과거의 작전에 묶인 부모들이 한 작품 안에 모이지만, 이들의 능력은 삶을 단순하게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오히려 숨겨야 할 비밀이자 국가와 조직이 추적하고 관리하려는 대상이며, 가족이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오늘 이 작품을 볼 만한 이유는 화려한 능력의 전시와 가족 서사의 감정을 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고등학교의 현재에서 출발해 부모 세대의 국가기관 활동과 남북의 특수능력자들로 범위를 넓히면서도, 중심에는 끝내 아이와 부모가 놓여 있다. 결말을 미리 알지 않아도 학교와 가정, 정보기관과 국제적 비밀 프로젝트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라가는 과정만으로 20부작의 밀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생활 공간과 현대사의 흔적을 품은 히어로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무빙》은 충분히 살펴볼 가치가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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