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부림 사건을 그린 1137만 관객의 법정 드라마

송우석, 부림 사건 변호로 인권 변호사의 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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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전문변호사가 법정의 중심에 서기까지

《변호인》(辯護人, 영어 제목 The Attorney)은 2013년 12월 18일 개봉한 대한민국 영화다. 웹툰작가로 활동하던 양우석이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작품이며,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부림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1980년대 부산을 무대로, 세금전문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송우석이 한 공안사건의 변호를 계기로 인권 변호사의 길에 들어서는 과정을 따라간다.

도입부의 송우석은 거대한 시대적 사명을 품은 인물이 아니다. 그는 소시민적이고 속물적인 면모를 보이며, 운동권 학생들을 향해 공부하기 싫어서 시위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설정은 주인공을 처음부터 정의로운 영웅으로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과 성공을 우선하던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직접 확인한 뒤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전환점은 송우석이 자주 찾던 국밥집의 주인 최순애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마련된다. 순애의 아들 박진우는 한 달 동안 행방불명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된다. 순애는 법을 이유로 면회조차 허가받지 못했다며 우석에게 동행을 부탁한다. 선약을 먼저 처리하려던 우석은 결국 순애의 애원을 외면하지 못하고, 다음 날 함께 진우를 만나러 간다.

1,137만 관객이 확인한 ‘천만 영화’의 자리

《변호인》은 누적 관객 수 11,375,438명을 기록한 천만 관객 영화다. 이 성적으로 역대 대한민국 영화 흥행 기록 9위에 안착했다. 천만 관객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흥행에 성공했다는 수사를 넘어, 실제 누적 관객 수가 천만 명을 넘었다는 구체적인 기록을 가리킨다. 이 작품이 이번 특집의 주제인 ‘천만 관객 영화’에 포함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흥행 규모는 작품이 다룬 소재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면회 제한, 구금된 피고인의 이상 상태, 법정에서 다투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놓여 있다. 가볍게 소비되는 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묻는 이야기가 11,375,438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변호인》은 법정 드라마가 대규모 대중영화가 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작품은 흥행 기록뿐 아니라 수상 기록도 남겼다. 2014년에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는 수상 내역은 이 최우수작품상이며, 다른 상이나 부문의 수상 여부는 여기서 덧붙일 수 없다. 다만 천만 관객을 넘긴 흥행과 최우수작품상 수상이라는 두 가지 사실은 《변호인》이 대중적 관심과 작품 평가의 영역에서 모두 뚜렷한 흔적을 남겼음을 보여준다.

한 번의 면회가 바꾸는 인물과 이야기

영화의 긴장을 본격적으로 작동시키는 장면은 구치소 접견이다. 우석과 순애 앞에 나타난 진우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그의 등에는 시커먼 멍 자국이 가득하다. 순애는 교도관이 아들을 때렸다고 생각해 멱살을 잡고, 우석 역시 진우가 심하게 구타당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러나 교도관들은 진우를 두 사람에게서 떼어내 강제로 끌고 간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우석의 변화가 추상적인 정치 구호가 아니라 직접 목격한 한 사람의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국밥집 주인의 아들이 법적 절차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 그리고 눈앞에 드러난 상처가 그의 기존 태도를 흔든다. 충격을 받은 우석은 진우의 담당 변호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재판을 거치는 동안 그는 속물적이고 소극적이었던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구성은 개인의 각성을 법정 드라마의 추진력으로 삼는다. 성공한 세금전문변호사였던 인물이 부산 학림사건의 변호를 통해 인권 변호사가 되고, 공안사건과 노동쟁의 변호 활동을 시작한다는 흐름이 작품의 큰 줄기다. 영화는 결말보다 그 변화의 출발과 과정에 주목하게 만든다. 관객은 우석이 무엇을 얻는가보다, 그가 왜 이전의 안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는가를 따라가게 된다.

헌법의 문장으로 묻는 국가와 국민

《변호인》의 특징은 법정이 단순히 유무죄를 가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송우석은 학생과 시민 몇 명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한 행위가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느냐고 묻는다. 이에 차동영이 자신이 아니라 국가가 판단한다고 답하자, 우석은 “국가란 대체 뭡니까?”라고 되묻는다. 이 질문은 사건의 쟁점을 국가라는 말의 의미로 확장한다.

이어 우석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말하며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아무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을 국가 보안 문제라는 이름으로 탄압하고 짓밟은 것이 아니냐고 추궁한다. 또한 상대가 말하는 국가가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한다. 이 대사는 영화가 국가권력의 주장과 헌법상 국민주권의 원칙을 정면으로 맞세우는 대목이다.

한국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익숙하게 알지 못하는 해외 관객에게도 이 갈등은 비교적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 작품은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청년, 도움을 구하는 어머니, 그의 상태를 목격한 변호사를 연결한다. 법률 용어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권력은 어디에서 정당성을 얻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은 한 피고인의 재판장이면서 동시에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토론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다시 볼 만한 시민적 법정 드라마

양우석 감독의 첫 영화라는 점도 《변호인》의 작품적 위치를 설명하는 요소다. 웹툰작가로 활동하던 감독은 실존 인물의 변호사 시절과 부림 사건을 배경으로 삼되, 영화의 중심을 송우석이라는 인물의 변화에 둔다. 개인적인 성공을 좇고 학생들의 행동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변호사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는 구조는 이야기의 주제와 인물의 성장을 긴밀하게 묶는다.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할 때는 확인 가능한 성취와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제35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은 SOURCE로 확인되는 공식 성과다. 한편 서사의 측면에서는 국밥집이라는 일상적 인연, 구치소 면회에서 목격한 상처,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법정 논쟁을 차례로 연결해 주인공의 변화를 설득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거대한 사회 문제를 처음부터 관념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한 어머니와 아들의 절박한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이야기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오늘날 《변호인》을 다시 볼 이유는 특정 시대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법과 권력, 국가와 국민, 전문가의 책임이라는 질문을 함께 제시하기 때문이다. 누적 관객 11,375,438명을 기록한 천만 영화라는 대중적 성과와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이라는 기록을 갖춘 동시에, 한 사람이 눈앞의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을 중심에 놓는다. 결말을 미리 알지 않아도 충분하다. 송우석이 법을 성공의 수단에서 시민을 지키는 언어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는 과정만으로도, 이 법정 드라마는 지금 확인할 만한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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