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0일 ‘2기 체제’ 개각을 단행하며 그간 예상됐던 ‘순차 개각’이 아닌 중폭의 ‘일괄 개각’ 방식을 택했다. 정기국회 개회를 이틀 앞두고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으며, 교체 규모는 정부조직법상 규정된 행정각부 19곳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인 용혜인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는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지명됐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하정우 전 AI수석이 지명됐고,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대통령비서실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이 발탁됐다.
순차 개각 예상을 깬 일괄 개각
오는 10월 공소청 개청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시점이 당겨지며 2기 개각 시계가 전반적으로 빨라졌다. 이 대통령이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만 먼저 채우고, 나머지는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이 마무리된 뒤 교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이번 개각에는 공석인 두 곳뿐 아니라 경제 사령탑인 재정경제부와 부동산 정책 콘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 국방 개혁을 추진 중인 국방부가 포함됐다. 가을 정기국회에는 6건의 장관 인사청문회가 더해진다. 정기국회 일정이 마무리되면 연말 이후 다른 부처 개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보건복지부·교육부·외교부 등은 장관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국민의힘의 개각 비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민생 살리기’ 개각과는 거리가 멀고, 집권 2년차 국정 기조는 오직 공소취소임을 확인한 ‘국정테러 개각'”이라며 “이재명 정부 2년차 경제·안보는 포기하고 오로지 공소취소 전격전에 매달리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공소취소 전격전 돌입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김 의원은 지난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함께 ‘공소취소 특검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통령 재판을 삭제하기 위해 공소취소 특검의 선봉장을 장관직에 세워두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직에 현직 차관을 승진시키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의향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했다”며 “특히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지명자는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내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무능’의 대표 사례인 ‘경기도 기본주택’을 설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안보 실패의 책임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그대로 두는 ‘꼬리 자르기 개각’을 했다”며 “김 실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자체가 국정쇄신 거부 선언이고,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통일부 장관을 유임시킨다는 건 헌법 부정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개각 발표내용을 두고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좌클릭’·’방탄 대리인’ 개각”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대통령과 정책실장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만 움직일 집행자일 뿐”이라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의 핵심 인사다. 법무부를 대통령 방탄의 마지막 퍼즐로 채우겠다는, 무도한 대국민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박수영 의원은 개각안에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인사와 6·3 지방선거 낙선자가 다수 포함된 것을 두고 “왼쪽(좌파)만 챙긴 재취업·보은 개각”이라며 “이번 개각은 30%대로 고착화된 지지율을 20%대로 떨어뜨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이번에도 경찰청장 임명이 빠졌다. 경찰은 1년 8개월째 직무대행 체제인데, 도대체 언제 임명할 건가”라며 “직무대행 체제로 어떻게 경찰개혁이 가능한가. 실패한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용혜인 지명에 야권 비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지명을 두고도 비판이 잇따랐다. 김재섭 의원은 “(용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앞세워 남성을 잠정적 가해자로 낙인찍어온 갈라치기 선동가”라며 “이대남과의 전쟁을 선포하면 폭락한 지지율이라도 건질 수 있으리라 계산한 모양이나 국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용 의원이 갈등을 조정해야 할 성평등부 장관이 되는 것은 그 임무와 반대로 혼란과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고 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킨다. ‘꼴페미’들을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리나”라며 “차라리 종북을 하세요”라고 적었다.
중소·벤처업계, 이소영 후보자 지명 환영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논평에서 “이 후보자는 변호사 출신의 법률 전문가이자 21대와 22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 의원으로, 중소기업·벤처 정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아왔다”며 “특히 ‘탄소중립기본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산업 전환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 왔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뒷받침해 주길 기대한다”며 “여성창업 활성화와 여성기업의 혁신성장, 판로·투자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여성기업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후보자의 지명이 중소ㆍ벤처ㆍ소상공인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그동안 경험을 통해 중소기업이 당면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세계시장 진출, K자형 성장의 양극화 극복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이 후보자의 지명을 계기로 벤처·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엔진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벤처ㆍ스타트업이 기술 대전환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한국 산업 혁신의 주역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이 후보자가 축적해 온 정책 역량이 강력한 실행력으로 발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이 후보자가 취임 이후에 민간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고 국내 벤처캐피탈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며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국내 회수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 후보자가 국회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을 단순한 지원의 대상이 아닌 한국 경제의 당당한 주체로 세우고,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중기부를 만들어 달라”며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사회안전망 강화, 공정한 경영환경 조성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나서 790만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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