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연구원 “수도권 연 29만4천가구 공급, 민간시장 회복·금융 지원 필요”

건설산업연구원 “수도권 연 29만4천가구 공급, 민간시장 회복·금융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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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9만4천가구 목표, 숫자보다 실행 구조가 핵심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의 ‘8·13 주택공급 대책’이 제시한 수도권 연평균 29만4천가구 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민간 주택시장 회복과 금융·세제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도권 주택 착공의 83.4%를 민간이 담당했다. 정부가 공급 물량 확대와 사업 속도 개선이라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제 주택을 착공하고 완성하는 주체의 대부분이 민간이라는 점에서 정책 성패는 시장의 실행 능력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다.

연평균 29만4천가구라는 목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일정한 속도로 유지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목표 물량이 곧바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검토와 자금 조달, 착공을 거쳐 공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움직여야 숫자가 현실이 된다. 특히 착공의 83.4%를 담당한 민간 부문이 위축된 상태라면 공공의 계획 확대만으로 전체 공급 흐름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연구원이 민간시장 회복을 공급 목표의 핵심 조건으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 관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강조하는 대목은 공급정책의 무게중심을 ‘계획된 물량’에서 ‘실행 가능한 물량’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목표 자체는 시장에 방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사업자가 계획에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면 공급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민간의 자금 조달 여건과 사업 추진 가능성이 개선되면 정부가 제시한 물량 확대와 속도 개선도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공공의 목표와 민간의 실행력이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라는 의미다.

선분양 구조가 만드는 자금 조달의 연결고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주택시장이 수요자의 자금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선분양 구조라는 점을 짚었다. 이 구조에서는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단순히 거래량을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자의 자금 조달 여력에도 영향을 준다. 실효성 있는 수요 진작책이 없으면 사업자가 대규모 공급 계획을 추진할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공급 목표의 실현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인과 결과의 연결은 분명하다. 수요자의 자금이 사업비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에서는 수요가 약해질수록 사업자의 자금 흐름이 제한된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계획된 사업이 착공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고, 착공 감소는 결국 향후 공급 부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키운다. 공급 확대를 위해 수요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수요 진작만을 별도로 추진하는 접근보다 공급·금융·세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문제의식으로 평가된다.

이 대목은 주택정책이 단일 수단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공급 물량을 늘리는 정책과 사업 속도를 높이는 조치가 마련돼도 금융 여건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민간의 참여는 제한될 수 있다. 세제 역시 수요자와 사업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정책 수단과 방향이 맞지 않으면 효과가 분산될 수 있다. 연구원이 금융·세제 등 정책 수단 간 정합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은 각각의 정책을 따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공급 과정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민간 83.4%가 보여주는 공급 생태계의 현실

수도권 착공의 83.4%를 민간이 맡았다는 수치는 이번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다. 최근 5년간의 착공 구조가 민간 중심이었다는 것은 연평균 29만4천가구 목표 역시 민간 부문의 참여 없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책 당국이 공급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사업을 검토하고 자금을 조달해 착공하는 주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전체 공급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간 비중이 높을수록 정부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공급 목표와 사업 속도를 제시하는 것은 방향 설정의 출발점이고, 금융·세제 지원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은 그 방향을 실제 착공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분리하기보다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민간이 공급 역량을 발휘하는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30일 금융·세제 개혁과 주택 공급물량 확대, 신속한 공급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투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세제도를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연구원의 진단과 함께 보면 향후 과제는 투기 억제와 정상적인 공급 기반 회복을 어떻게 구분해 설계하느냐에 있다.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와 공급 사업의 자금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정책 수단의 역할을 정교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공급 확대의 성패, 정책 간 정합성에서 갈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8·13 대책의 공급 물량 확대와 사업 속도 개선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수도권 주택 문제에 대응하려면 충분한 물량뿐 아니라 공급까지 걸리는 과정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목표 달성이 보장된다는 판단은 다르다. 민간시장 회복, 자금 조달, 수요 여건, 금융·세제 지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계획이 착공과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시장이 확인할 지표는 선언된 목표보다 실행 과정의 변화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사업자가 공급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지, 선분양 구조에서 필요한 수요 기반이 회복되는지, 금융과 세제가 공급 확대라는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어느 한 요소만 개선돼서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공급 속도를 높이면서도 시장 안정성을 지키려면 정책 수단별 목적과 적용 대상을 명확하게 조율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수도권 주택정책이 공공의 계획과 민간의 사업 역량을 결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다. 연평균 29만4천가구와 민간 착공 비중 83.4%라는 두 수치는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정책 정합성을 높이고 민간이 공급 실행력을 회복한다면 대규모 공급 계획은 시장 안정과 산업 활력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 사안이 흥미로운 이유는, 높은 민간 참여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주택 공급 모델이 정책 목표와 시장 기능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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