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반도체 생태계 대변혁, 삼성·네이버·스타트업 총력전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 대변혁, 삼성·네이버·스타트업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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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서비스 생태계가 2025년 하반기 들어 뚜렷한 재편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잃었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차세대 제품 전략을 공개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AI 서비스를 잇달아 정식 출시하며 수익화 단계로 진입했다. 동시에 국내 AI 반도체·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해외 투자와 글로벌 순위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끌어올리는 한국 AI 산업의 성장세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 HBM 시장 반격의 근거

삼성전자는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Future Memory & Storage) 2025에 참가해 AI 시대에 대응하는 메모리·스토리지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에서는 오화석 컨트롤러 개발팀장(부사장)과 임대현 HBM 표준개발그룹 마스터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AI가 생성형(Generative)에서 에이전트형(Agentic)을 거쳐 피지컬(Physical) AI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와 스토리지의 역할과 구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차세대 PCIe 6.0 SSD ‘PM1763’은 9세대 V낸드와 4나노 공정 컨트롤러를 적용해 순차 읽기·쓰기 속도가 각각 최대 초당 28,400메가바이트, 21,900메가바이트에 달하며, FMS 2025에서 ‘가장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HBM 시장에서의 반전 여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향 5세대 HBM3E 공급에서 고전하며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바 있는데, 6세대 HBM4 제품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개발과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한 품질 검증과 양산 준비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 결과가 향후 HBM 시장의 순위를 다시 가를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AI 서비스 정식 출시로 수익화 시동

네이버는 지난 3월 27일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정식 출시했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PC와 모바일 통합검색에서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검색어에 대한 요약 답변과 함께 원본 콘텐츠 출처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검색뿐 아니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AI 쇼핑 가이드와 플레이스, 숏텐츠 등 여러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네이버는 연내 노출 질의를 확대하고 이미지 검색 기반 멀티모달 기능과 다국어 지원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대화형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지난 5월 8일부터 시작했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 가운데 가입 순서에 따라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 대화뿐 아니라 그룹 채팅방에서도 작동해 관계 형성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는 약 3주 간격으로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서비스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자체 AI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접목해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 성과와 정부 지원이 뒷받침하는 생태계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세계 100대 AI 기업’에는 노타, 디노티시아, 업스테이지, 트웰브랩스 등 한국 스타트업 4개사가 이름을 올려 역대 최다 선정 기록을 세웠다. 대형언어모델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는 2024년 4월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아마존과 AMD가 새롭게 참여한 6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추가로 유치해 누적 투자금이 약 4000억원까지 늘었다. 영상 이해·검색 AI 기업 트웰브랩스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CB인사이트 AI 100대 기업에 선정되며 콘텐츠 생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퓨리오사AI는 LG전자와 협력해 자사의 추론 가속기 ‘레니게이드(RNGD)’ 기반 서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에 적용한 성능 검증에서 기존 GPU 대비 와트당 추론 성능이 2.25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 자회사인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 1조3000억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서며 국내 AI 반도체 업계 최초의 유니콘이 됐다.

정부도 국산 AI 생태계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5개 팀을 최종 선정하고 ‘K-AI 모델’, ‘K-AI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들 5개 팀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인재 양성 비용 등 총 2000억원대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애초 15개 기업이 신청해 카카오, KT, 카이스트 등을 포함한 10개 팀으로 압축된 뒤 최종 5개 팀이 뽑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 반도체부터 AI 서비스, 스타트업 투자까지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만큼 한국 AI 산업이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HBM4의 엔비디아 공급 여부와 국산 AI 서비스의 실제 이용자 확보,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투자 유치 여부가 향후 한국 AI 생태계의 성장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의 K-AI 프로젝트 성과와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업이 얼마나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국면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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