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지뢰 폭발 관련 두 번째 담화, 우리 군 발표에 “자작 광대극” 비난

김 부장은 “적은 역시 적”이라며 우리 군의 발표를 “자작 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지뢰 폭발 경위와 군의 대북 요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 사건이 일어났다.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우리 군은 이 폭발이 북한의 “은밀하고 의도적인 지뢰매설”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합참은 지난달 30일 북한에 국경선 요새화 활동 중단과 사과, 책임 있는 조치를 공식 요구했다. 합참은 “북한은 소위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북측의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최종 조사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김여정 두 번째 담화 내용

김 부장은 앞선 첫 담화에서 지뢰 폭발에 대한 북한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그는 우리 측 주장을 “자작 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담화에서는 “서울의 새로운 자작 광대극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번 내리게 되는 중대결론”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부장은 우리 군 발표를 두고 “국경선 일대에서의 지뢰 폭발 사건이 그 누구의 ‘은밀하고 의도적인 지뢰매설’에 의한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결론을 서둘러 내리고 어설프기 그지없는 ‘공식 입장문’이라는 것을 발표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왜 한국과 엮일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가”라고도 했다.

국경선 요새화의 목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김 부장은 “우리가 국경선을 요새화하는 진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마주설 일이 없게, 들짐승마저도 드나들 수 없게 영영 문을 닫아매자는 데”라고 밝혔다. 그는 “마주서야 골아픈 일밖에 없는 족속들과 영원히 악연을 끊어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과 엮이거나 상종할 수 있는 사소한 공간이나 여지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그 무슨 ‘사과’에 대해서도 운운”했다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상식적으로 ‘도발’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처럼 저들이 급할 때 남에게 책임을 들씌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군 당국의 사과 요구와 이재명 대통령의 긴장 완화 발언을 나란히 놓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실질적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한 데 대해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광대극의 절정장면”이라며 “자작 광대극의 제2부가 막을 올린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세상을 어지럽게 형상해놓고 정의로운 주역을 맡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또 “주역과 단역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정의로운 배역’ 연기로 인기를 많이 끌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인기 사건 거론

김 부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의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거론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있었다고 주장한 한국발 무인기 침투 사건도 언급했다.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에 대해서는 지난 6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자극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작전을 지시했다고 보고 일반이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7일과 올해 1월 4일 무인기 침범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주장에 대해 우리 군은 그날 무인기를 운용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청와대·정부 대응과 전문가 분석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도 이제는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김 부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방적 언사는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와 소통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북측은 소모적인 비난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대북 확성기 재개를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확성기 카드는 이재명 정부가 취한 첫 남북 긴장완화 조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기류도 읽힌다. 군 당국의 최종 조사 결론이 나오면 정부 차원의 대북 후속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 때는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이 남측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에 대해 “국경선 요새화 공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자신들이 획정한 군사분계선(MDL)을 관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작극이란 입장을 내놨음에도 북한군 소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한 항변”이라고 봤다. 그는 “국경선 요새화 공사가 자신들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른 남측과의 단절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정부의 대화 제의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정치적 쇼로 폄하해 남측의 유화책이 대내외적으로 동력을 얻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우리 측의 북측 소행 조사 발표, 입장문에 대한 반발로 사과 등 후속 조치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뉴스 바로가기

관련 기사 바로가기

같은 분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