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까지 번진 한국 콘텐츠의 예상 밖 확장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한국 콘텐츠의 국경을 넘는 확장성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에릭 슈라이러 월트디즈니 컴퍼니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제공) 인터내셔널 오리지널·전략 프로그래밍·이머징 미디어 부문 사장은 한국 작품이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브라질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그의 설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디즈니조차 이러한 반응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슈라이러 사장은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지 이야기, 글로벌 규모: 디즈니+ 국제 콘텐츠 전략’ 세션에서 한국 콘텐츠가 브라질에서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전혀 몰랐으며,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이 흥행 사실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따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발언은 의미가 크다. 한국 콘텐츠의 해외 확산이 특정 국가나 익숙한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제작사와 플랫폼의 기존 예측을 넘어서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한국과 언어가 다르고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시장이다. 따라서 이번 언급은 한국 작품의 매력이 문화적 유사성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다만 디즈니는 어떤 작품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 한국 콘텐츠가 여러 지역으로 퍼지는 양상 자체에 주목했다. 지금 확인된 핵심은 ‘브라질에서도 통했다’는 결과와 함께, 글로벌 플랫폼이 그 배경을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로컬을 위한 이야기가 글로벌 콘텐츠가 되는 역설
디즈니+가 꾸준히 추진해 온 국제 콘텐츠 전략의 출발점은 현지 시청자를 위한 현지 작품이다. 슈라이러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작품을, 스페인에서는 스페인 작품을 만들어 각 지역 시청자가 자신의 문화와 감성이 담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처음부터 모든 국가의 취향을 한 작품에 담으려 하기보다, 특정 사회의 경험과 정서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무게를 둔다.
한국 콘텐츠는 이 전략 안에서 독특한 사례로 부상했다. 한국 시청자를 향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브라질까지 이동하면서, ‘로컬 콘텐츠’와 ‘글로벌 콘텐츠’의 경계가 반드시 제작 단계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슈라이러 사장은 한국 콘텐츠의 파급을 통해 진정성 있는 현지 이야기가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배경을 지우는 대신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 오히려 더 먼 시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화를 위해 모든 문화적 차이를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오래된 접근과 다른 방향으로 읽힌다. 한국 고유의 공간, 관계, 감정 표현이 해외 시청자에게 낯설 수는 있지만, 그 낯섦이 반드시 장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발언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콘텐츠는 현지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문화권의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접근할 여지를 만들어냈다. 콘텐츠의 출발지는 한국이지만, 그것을 즐기는 방식과 해석은 각 지역의 시청자에게 열려 있는 셈이다.
플랫폼이 묻기 시작한 ‘왜 한국인가’
이번 발언의 중요한 지점은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이미 완성된 공식처럼 단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디즈니는 브라질에서 나타난 반응의 이유를 아직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작품의 성과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축소하기보다, 어떤 요소가 문화적·언어적 거리를 넘어 작동했는지 파악하려는 단계로 해석된다. 시청자가 특정 작품을 선택하고 머무는 이유를 이해해야 다음 현지 작품의 개발과 국제 유통 전략에도 그 경험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콘텐츠는 디즈니+의 로컬 제작 전략이 세계 규모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가 됐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각 지역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기본 원칙은 같지만, 한국 작품은 본래의 시장을 넘어 예상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반응을 일으켰다. 분석의 초점도 단순히 한국 작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 문제보다, 진정성 있는 현지 서사가 어떤 경로로 다른 사회의 시청자와 연결되는지를 밝히는 쪽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점에서는 작품의 국적보다 이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같은 언어를 쓰거나 비슷한 문화를 공유해야만 흥행한다는 전제가 한국 콘텐츠의 브라질 확산 앞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특정 장르나 서사 구조를 성공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디즈니가 직접 이유를 분석 중이라고 밝힌 만큼, 지금은 결과를 과장하기보다 예상 밖의 확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것이 정확하다.
K콘텐츠가 세계 팬에게 던진 새로운 기대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팬들에게 이번 소식은 익숙한 작품이 전혀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 지역에서 제작된 이야기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플랫폼을 만나고, 제작 단계에서 핵심 시장으로 상정되지 않았던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되는 흐름이다. 특히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의 전략 책임자가 한국 작품의 브라질 인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은, 한국 콘텐츠가 국제 전략을 설명하는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디즈니가 진행 중인 분석에서 어떤 설명을 내놓느냐이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작품이나 투자 계획, 구체적인 편성 일정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확산을 예외적인 성공으로 소비하지 않고 원인을 탐구한다는 태도는,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에서 출발한 이야기의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로컬 제작의 진정성이 세계적 확장성과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한층 힘을 얻는다.
브라질에서 포착된 반응은 한국 콘텐츠의 다음 목적지를 미리 확정해 주는 숫자가 아니라, 목적지가 더 이상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는 증거에 가깝다. 한국 작품은 한국과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익숙한 범위를 지나 새로운 언어권의 시청자와 만나고 있으며, 디즈니는 이제 그 연결의 이유를 묻고 있다. 세계 팬에게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한국적인 현지 이야기가 지구 반대편에서도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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