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막해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59개국 247편 초청·316편 상영
한국을 대표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로 꼽히는 이번 행사는 1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7편이고, 그중 세계 최초 공개인 월드 프리미어가 93편이다. 전체 상영작은 316편으로, 부산 일대 극장 8곳의 스크린 31개에서 관객을 만난다. 상영 규모는 201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개막 요일도 바뀌었다. 영화제는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려고 그동안 지켜온 수요일 개막 대신 화요일을 택했다. 개막일부터 그 주 주말까지 관객이 몰린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다. 목요일에서 일요일 사이 하루 상영 횟수는 기존 4회에서 5회가 됐다.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은 지난 3월 국제영화제 인증 체계를 개편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전 세계 17개 영화제에만 주어지는 ‘A-리스트’에 넣었다. 6월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에 출품할 자격을 주는 세계 6대 영화제로도 뽑혔다. 칸·베네치아·베를린·토론토·선댄스영화제와 같은 반열이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개막작과 주요 시상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다. 한 카페를 무대로 네 쌍의 남녀가 주고받는 대화를 옴니버스로 엮은 영화로, 여러 커플의 만남과 이별,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을 그린다. 출연진은 김민하, 심은경, 이희준, 한선화, 주종혁, 장률, 전소영, 김동휘다.
김민하는 이날 개막식 사회도 맡았다. 개막식 전 열린 시사회·간담회에서 ‘더 테이블’(2017)을 만든 김종관 감독은 “작고 사소함에 담긴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양쯔충에게 돌아갔다.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공헌한 영화인을 기리는 상이다.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쯔충은 15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양쯔충은 “제 영화 인생을 돌아보면 이 여정은 결코 혼자 걸어온 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객석에 앉아 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보니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니 앞으로 발견하게 될 이야기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만든 김동호 전 이사장이다. 이 상은 한국 영화를 해외에 알린 영화인에게 주어진다. 김 전 이사장은 “이렇게 큰 상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받게 돼서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어온 허안화 감독은 까멜리아상을 받았다. 영화 산업 안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인 영화인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경쟁작과 특별 프로그램
지난해 신설돼 올해 두 번째로 운영되는 경쟁 부문에는 13편이 초청됐다. 한국의 임하연·김정훈 감독과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 일본의 히로세 나나코·오키타 슈이치 감독, 대만의 리윈찬 감독 작품이 포함됐다.
심사위원장은 중국 감독 장이머우가 맡았고, 경쟁작을 대상으로 5개 부문의 ‘부산 어워드’가 수여된다. 올해부터는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은 작품이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에 출품할 자격을 얻는다.
아이콘 섹션에서는 35편을 상영한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피오르’도 포함됐다. 최근 영화산업에서 주목받는 애니메이션을 조명하는 특별전은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초점을 맞춰 단편을 포함한 13편을 선보인다.
개막식 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레드카펫에는 김혜자, 현빈, 정우성, 손석구, 전도연, 황정민, 조인성, 음문석, 설경구, 조여정이 올랐다. 해외에서는 판빙빙, 미치에다 슌스케, 샤를로트 갱스부르, 나가야마 에이타, 요코하마 류세이가 모습을 보였다.
감독으로는 배창호, 이장호, 정지영, 나홍진, 이창동과 알폰소 쿠아론, 호나스 쿠아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장이머우가 자리했다. 김태호 PD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참석했다.
‘호프’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은 황정민, 조인성, 음문석 등과 나란히 레드카펫을 걸었고, ‘가능한 사랑’의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등과 관객 앞에 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그래비티’와 ‘로마’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그는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과 함께 왔으며, 마스터클래스 등을 연다.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런홀은 연출작 ‘플레시 임팩트’와 함께 부산을 찾는다.
‘암살자(들)’ 행사 취소
최근 정치권이 ‘역사 왜곡’ 문제를 제기한 영화 ‘암살자(들)’의 여파로 배우 유해진과 이민호는 개막식에 나오지 않았다. 7일로 잡혀 있던 이 영화의 야외무대 인사 행사와, 이민호가 나설 예정이던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도 모두 취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행사 취소가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객 및 게스트들의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도 이 영화가 화제에 올랐다. 한국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암살자(들)’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김종관 감독에게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김 감독이 답하기 전 정지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이 자리에서는 작품에 집중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양해를 바란다”고 대신 답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암살자(들)’ 관련해서는 공지가 나간 바 있으며 그게 영화제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제는 제작사와 소속사의 입장을 전했을 뿐, 이 사안에 대한 자체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7일 부일영화상 시상식에도 불참한다. 유해진 소속사는 “고심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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