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부산 어워드 대상에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 ‘빵과 책’

15일 막을 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빵과 책’이 경쟁 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같은 날 오후 6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열흘 동안 315편 상영, 관객 20만명 돌파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막을 올려 열흘 동안 이어졌다. 상영작은 315편이었고, 8개 극장이 중심 상영관이었다. 영화 관객은 20만명을 넘었다.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넘긴 기록이다.

폐막식 사회는 배우 임시완이 혼자 맡았다. 이 자리에서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뉴 커런츠상 수상자와 수상작이 차례로 발표됐다.

마지디 감독 수상 소감

트로피는 중국 장률 감독이 건넸다. 장률 감독은 지난해 ‘루오무의 황혼’으로 이 상을 받았다. 마지디 감독은 소감에서 전쟁 중인 조국의 현실을 꺼내며 “전쟁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국민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며 “그들은 지금도 억압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도 언급했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기 몇 달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며 “내 영화의 주인공은 어머니”라고 말했다.

폐막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작품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를 나라의 미래이자 보석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영화로 보여주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 그는 젊은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영화를 보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영화제 기간 열린 첫 상영에서 그는 “이 영화를 이란 국민과 미나브의 아이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미나브는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에 있는 도시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 이 도시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50여 명이 숨졌고 그 가운데 아이가 120여 명이었다.

‘빵과 책’의 줄거리와 아카데미 출품 자격

‘빵과 책’은 이번 영화제에서 세계 처음 공개됐다. 주인공은 외딴 마을에서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는 교사다.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를 맞자 그는 석유 밀수에 손을 댄다. 아이들의 끼니와 수업을 지키려는 교사의 분투를 통해, 공공이 져야 할 책임이 한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현실을 들여다본다. 페르시아어 원제는 ‘가자예 님루즈’로, ‘점심 식사’라는 뜻이다. 교사 역은 배우 모하마드 라히미가 맡았다. 카메라는 ‘태양의 아이들’을 찍었던 후만 베흐마네시 촬영감독이 다시 잡았다.

심사위원장인 중국 장이머우 감독은 이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훌륭한 작품”이라며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이상적인 영화기도 하다”고 평했다. 경쟁작 13편 가운데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올해부터 부산 어워드 대상작은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에 출품할 자격을 얻는다. ‘빵과 책’은 이 자격을 받은 첫 부산 대상작이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5월 규정을 바꿔 칸·베를린·베니스·선댄스·토론토 외에 부산 최고상 수상작에도 출품 자격을 주기로 했다. 아시아 영화제 가운데서는 부산만 포함됐다. 다만 극장 개봉처럼 아카데미가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각국이 내는 공식 출품작과는 따로 제출된다.

테헤란 출신 거장의 작품 세계

마지디 감독은 1959년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국내 관객에게는 ‘천국의 아이들'(1997)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이란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천국의 색깔’, ‘바란’, ‘태양의 아이들’ 같은 작품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가난, 노동, 교육 불평등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어른으로 눈을 돌렸다.

나머지 수상작과 경쟁작, 심사위원

감독상은 ‘평범하기 위하여’의 대만 리윈찬 감독에게 돌아갔다. 배우상은 중국의 저우쉰(‘처음 만난 외로움’)과 일본의 히메노 카슌(‘사토코는 언제나’)이 나란히 받았다.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은 인도네시아 에디 카효노 감독의 ‘마이 마더’다. 예술공헌상은 ‘처음 만난 외로움’의 리단펑 음향감독, 뉴 커런츠상은 샤샹크 왈리아 감독의 ‘어둠 속의 새들’이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경쟁 부문을 처음 만들었고 올해가 두 번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 영화 13편이 초청됐다. 영화계에서는 2년째에 접어들며 출품작 수준이 한층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보 명단에 오른 작품은 임하연 감독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 ‘긴긴밤’, 김정훈 감독 ‘면도’, 에디 카효노 감독 ‘마이 마더’, 요셉 앙기 노엔 감독 ‘바다에 새겨진 이름’, 히로세 나나코 감독 ‘비트윈 투 러버스’, 마지드 마지디 감독 ‘빵과 책’이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 ‘사토코는 언제나’, 다나카 미키 감독 ‘실버 익스프레스’, 가토 다쿠야 감독 ‘일요일 다음날’, 구유 감독 ‘처음 만난 외로움’, 리윈찬 감독 ‘평범하기 위하여’,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감독 ‘힐롤’도 함께 겨뤘다.

올해 심사에는 중국 비간 감독,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국 정주리 감독과 배우 최희서, 베트남 점티빅응옥 프로듀서,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랴모바 등 7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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