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4·LAFC)이 2026년 10월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전반 6분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이 골로 A매치 통산 59골이 되면서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득점 단독 1위에 올랐다.
48년 만에 바뀐 최다 득점 1위
지금까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은 손흥민과 차범근 전 감독이 58골로 함께 가지고 있었다. 차 전 감독은 136경기에서 58골을 넣었고, 마지막 골은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 중국전에서 나온 58호 골이었다.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이번 기록 경신은 47년 9개월 21일, 날짜로는 17,461일 만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손흥민의 151번째 A매치였다. 손흥민은 이로써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모두에서 단독 1위가 됐다. 대표팀과 클럽 공식전을 합친 통산 득점은 301골이다. 클럽 공식전 득점은 242골로 함부르크에서 20골, 레버쿠젠에서 29골, 토트넘에서 173골, 로스앤젤레스(LA) FC에서 20골을 넣었다.
프리킥 결승골과 2-0 승리
주장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그가 때린 슈팅이 우즈베키스탄 선수의 손에 맞으면서 프리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손흥민 자신이었다. 그는 수비벽 발밑을 겨냥해 골대 오른쪽으로 공을 낮게 깔았고, 이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뒤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했다.
한국은 후반 15분 오세훈(시미즈)이 헤더로 한 골을 보탰다. 이 골은 교체로 들어온 송민규의 크로스에서 나왔다. 조현우는 선방으로 무실점을 지켰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교체돼 경기장을 나왔고, 한국은 2-0으로 이겼다.
모레노호 평가전에서 이어진 득점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첫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쳤다. 손흥민은 이 4경기 가운데 베네수엘라전을 뺀 3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지난달 24일 에콰도르전에서는 프리킥으로 57호 골을 기록했고 한국이 3-0으로 이겼다.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전에서는 이강인의 도움을 받아 오른발 프리킥으로 58호 골을 넣었지만 한국은 1-4로 졌다.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은 0-0으로 끝났고, 손흥민은 이 경기로 A매치 150경기 출전을 채웠다.
앞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손흥민도 골을 넣지 못했다.
18살 데뷔부터 59호 골까지
손흥민은 18살이던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 교체로 들어가 A매치에 데뷔했다. 첫 골은 2011년 1월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인도전에서 나왔다. 당시 나이는 18살194일로, 고종수의 18살87일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연소 득점 2위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서 처음 골을 넣었다. 올해 북중미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나섰고, A매치 59골 가운데 3골을 월드컵에서 넣었다. 이 3골은 안정환·박지성과 함께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 공동 1위 기록이다.
2024년 11월 쿠웨이트 원정에서 A매치 50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어진 팔레스타인전에서 51호 골을 기록했다. 이 골로 통산 50골의 황선홍을 넘어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득점 단독 2위에 올랐다. 황선홍의 50호 골은 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 나왔다.
기록 경신 소감과 후배들에 대한 바람
손흥민은 경기 뒤 “역사를 쓸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어릴 때부터 꿈꾸던 태극마크를 달고 이렇게 많은 골을 넣은 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2010년 데뷔해 16년 동안, 함께했던 모든 선수와 감독님, 코치님,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이 좀 북받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건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이다”라며 “이렇게 같이 함께한 16년이란 시간이 소중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기록은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잘 펼쳤을 때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옆에 동료들이 항상 잘 도와줘서 잘 만들 수 있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차범근 전 감독에 대해서는 “언제나 위대하신 분”이라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고, 이렇게 이름이 맞대어지는 게 너무 죄송스럽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차범근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축구를 시작했다”며 “이렇게 이름이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죄송스럽다. 정말 죄송스럽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손흥민은 “기록은 깨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후배들이 이 기록을 넘어서기를 바랐다. 이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지길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빨리 깨야죠”라며 “저 같은 아무것도 아닌 후배가 깬 것처럼 저보다 더 훌륭한 후배들이 빨리 이 기록을 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베네수엘라전 뒤 무거웠던 대표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대표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베네수엘라전이 끝난 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미드필더 황인범(포르투)이 대표팀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공격수들이 수비에 덜 가담하고 팀 전체가 하나로 묶이지 못한다는 점을 짚으며 “수비수들 불쌍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 팀 전체가 하나로 뛰어야 결과를 얻는다. 다같이 머리 박고 열심히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황인범은 문제가 많은데도 앞장서거나 도울 사람이 없다는 취지로 “대표팀 9년 차가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해야 할 게 많다. 그런데 잘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나설 사람도 이제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가 볼 땐 좋은 징조다. (선수들이)그만큼 이 팀에 애정이 많고 팀을 정말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 팀에 대해 정말 열정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반등의 기회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거 같아 너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