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공급망안정화기금, 벤처투자조합에 각각 200억원 출자

수출입은행·공급망안정화기금, 벤처투자조합에 각각 200억원 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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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금융이 벤처자본으로 확장되다

13일 한국수출입은행이 공급망안정화기금과 함께 설립 이래 처음으로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투자에 나섰다. 수출입은행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은 각각 200억원을 출자하며, 조성 목표액은 총 1천125억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금은 방위산업과 공급망 분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의 ‘LP 성장펀드’에 투입된다. 특정 기업을 미리 정해 자금을 넣는 구조가 아니라 전문 운용사가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펀드라는 점에서, 한국의 수출금융이 개별 대출을 넘어 혁신기업의 성장자본 공급으로 영역을 넓히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번 출자는 규모만큼이나 방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 기업의 수출입과 해외 진출을 금융으로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그동안 축적한 국제사업 심사와 해외 진출 지원 역량이 벤처투자조합이라는 통로와 결합하면, 초기 기술기업이 제품 개발을 넘어 해외 고객과 시장을 만나는 과정까지 지원 범위가 이어질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위탁운용사 선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투자기업과 세부 운용 전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공급망과 방위산업을 금융의 핵심 대상으로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은 산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수도권 밖 산업 생태계와 연결된 1천125억원

이번 펀드는 올해 4월 수출입은행이 중소벤처기업부,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등과 체결한 중소기업 지원 및 지역 투자 협력 업무협약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 중앙 정책금융기관이 단독으로 투자 구조를 설계한 것이 아니라 지역 금융기관의 산업 이해와 연결했다는 의미다. 부산은행도 13일 동남권 방위산업·공급망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LP 성장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동남권은 부산과 경남을 포함하는 한국 남동부 지역을 가리키며, 이번 협력에서는 지역 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해가 투자 운용의 한 축을 맡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보유한 지역 산업 이해, 수출입은행의 글로벌 진출 지원 경험을 결합한다는 구상은 지역 벤처금융의 한계를 보완하는 모델로 분석된다. 기술을 가진 기업이 성장하려면 자금뿐 아니라 산업 현장과 해외시장에 대한 판단이 함께 필요하다. 지역 금융기관은 기업과 산업 기반을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수출입은행은 국제 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펀드는 모태펀드와 함께 방위산업·공급망 분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펀드로 추진되며,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 등이 운영을 총괄한다.

특히 ‘LP 성장펀드’라는 구조는 여러 기관이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실제 기업 선별과 투자는 전문 운용체계에 맡기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의 각 200억원, 부산은행의 100억원은 서로 다른 정책·지역 금융 주체가 같은 산업 목표를 향해 자본을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펀드 목표액 전체가 어떤 구성으로 채워질지, 어느 기업이 투자를 받을지는 위탁운용사 선정과 후속 운용 과정에서 구체화될 사안이다. 현재 확인되는 핵심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방위산업과 공급망 벤처를 별도 성장 분야로 보고 공동 투자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방위산업과 공급망, 기술기업의 해외 확장 통로

방위산업과 공급망은 제품 하나의 경쟁력만으로 성과가 결정되기 어려운 분야다. 투자 심사에서는 기술의 완성도와 사업화 가능성뿐 아니라 지속적인 생산 능력, 거래 구조, 해외 진출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출금융기관과 지역은행, 공공 투자체계가 역할을 나누는 이번 구조는 일반적인 자금 공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펀드가 계획대로 조성되고 운용된다면 지역의 유망 벤처가 산업 생태계 안에서 성장한 뒤 글로벌 시장을 검토할 수 있는 금융 사다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이 수출입은행과 같은 금액을 출자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벤처기업 지원을 단순한 창업 육성에 한정하지 않고 산업 공급망의 경쟁력과 연결해 바라보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기술기업이라도 핵심 장비, 부품, 소프트웨어와 같은 영역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산업 전체의 연결망 안에서 평가받을 여지가 생긴다. 블라인드 펀드 방식은 아직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만큼 운용사의 발굴 능력이 중요하며, 정책 목표와 기업의 실제 성장 가능성을 균형 있게 판단하는 것이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입은행이 별도로 의료 인공지능 벤처기업 에어스메디컬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 펀드에 7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대목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방위산업·공급망 블라인드 펀드와 의료 인공지능 프로젝트 펀드는 투자 방식과 대상이 다르지만, 기술기업에 자본을 공급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수출입은행의 벤처금융 진입이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산업별 특성에 맞는 투자 수단을 함께 검토하는 출발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대출 중심 지원과 지분성 투자 구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앞으로의 운용 과정에서 확인될 핵심 지점이다.

한국형 성장금융의 성패는 연결력에 달렸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의미는 자금의 절대 규모보다 기관별 강점을 하나의 구조 안에 묶었다는 데 있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진출 지원 경험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를, 공급망안정화기금은 공급망이라는 정책 목적을 각각 제공한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총괄하는 정책 펀드 체계가 더해진다.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운용 과정의 효율성과 역할 분담이 중요하지만, 지역 기술기업을 발굴해 성장자본과 해외 진출 역량을 연결하려는 설계 자체는 한국 벤처금융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제 관건은 목표액 1천125억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행력이다. 위탁운용사가 방위산업과 공급망의 특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는지, 지역 금융기관의 정보와 수출입은행의 국제금융 경험을 투자 이후 지원에 얼마나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성과가 축적되면 정책금융은 기업이 자금을 빌리는 창구를 넘어 기술의 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입을 함께 뒷받침하는 자본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국의 지역 벤처와 정책금융이 글로벌 공급망을 향해 연결되는 이번 시도가 세계 독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도, 혁신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기술뿐 아니라 어떤 금융 생태계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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