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2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시장 예상대로 3대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 3대 정책금리 동결
ECB는 통화정책 기준으로 삼는 예금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기준금리인 주요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ECB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3.00%) 사이의 0.50%포인트 격차,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3.75∼4.00%)과의 1.25∼1.50%포인트 격차는 그대로 유지됐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묶었다. 연준은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올렸으며, 이번에는 추가 인상 없이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충격과 물가 위험
ECB는 성명에서 “에너지 충격의 완전한 영향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저 인플레이션은 지금까지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 임금 역시 현 단계에서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에너지 충격의 규모와 지속 기간이 늘어나고 간접, 2차 파급 효과의 영향을 고려하면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가격이 9월 전망에서 예상한 기본 경로를 넘어 상승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몇 분기 동안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차 파급 효과와 관련해서는 실질적 위험을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지난 2월 말 이란전쟁 발발과 함께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ECB는 6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유로화 사용 21개국인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를 기록했다. 2023년 9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ECB 물가 목표치 2%의 배에 가깝다.
향후 금리 경로를 두고는 에너지 가격 추이와 2차 파급 효과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2월 ECB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국채시장과 개입 조건
프랑스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재정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ECB는 프랑스 금융시장에 개입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부적절하고 무질서한 변동을 포함한 시장 상황이 통화정책의 원활한 전달을 위협할 경우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ECB가 시장에 개입하려면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ECB의 정책 수단인 전달보호기구(TPI)는 유로존 특정 국가의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 매입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공공부채를 60% 이하로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5.1%, 공공부채는 115.6%였다. EU 기준치를 충족하기 어려워 프랑스에 TPI를 발동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