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조사해 2024년 12월 발표한 2025년 분양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 최저치였던 2010년 17만2,670가구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분양 물량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급감을 두고 ‘분양 절벽’이라는 표현을 쓰며 주택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7일 이른바 ‘9·7 대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연평균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확대 계획과 함께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대출 규제 부문에서는 서울 등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미 진행 중인 분양 물량 급감 현상을 이 대책만으로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 지역 격차 확대
부동산R114 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2025년 분양 계획 물량 가운데 수도권이 59%인 8만5,840가구를 차지해 여전한 쏠림 현상을 보였다. 경기도가 5만550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 2만1,719가구, 인천 1만3,571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은 41%인 6만290가구에 그쳐 수도권과 지방 간 공급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분양 물량 가운데 24.8%인 3만6,231가구는 2024년에서 이월된 물량인데, 이 가운데 44%가 지방 물량이어서 지역별 양극화가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단순한 통계상의 문제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건설업체의 경영난과 지역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신중한 관망세, 구조적 공급 위축
분양 물량 급감의 배경으로는 건설비 상승, 정책 불확실성, 시장 예측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지목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아파트 사업 착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상위 10개 건설사의 2025년 분양 계획 물량은 10만7,612가구로, 전년 15만5,892가구 대비 약 69% 수준에 머물렀다. 아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일부 건설사의 잔여 물량 1만여 가구를 더하더라도 16만 가구에 미치지 못해 공급 감소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밀어붙이기보다 사업성을 재검토하며 시기를 조율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명해지고 시장 여건이 안정돼야 민간 건설업계의 사업 재개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월별 분양 일정을 보면 2025년 1월에 1만6,066가구가 집중 공급되고, 봄철 성수기인 4월과 5월에는 각각 약 1만1,000가구 안팎이 예정돼 있으며, 이후에는 월평균 7,000가구 내외로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특정 시기에 물량이 몰리는 불규칙한 공급 패턴이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 및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안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나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의 여건이 갖춰질 경우 하반기 이후 시장 심리가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미 줄어든 분양·착공 물량이 2026년 이후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5년 한국 부동산 시장은 분양 물량 급감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민간 건설업계의 신뢰 회복이 향후 주택 공급 정상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공급 정상화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