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유엔총회 첫 기조연설…한반도 적대 종식 위해 “END 이니셔티브”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9월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남북 간 교류와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축으로 한 포괄적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유엔 무대에 선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이날 연설은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각국 정상과 외교 수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단계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북 정책의 기조가 상호 존중과 공존에 있음을 강조했다.
END 이니셔티브란 무엇인가
이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를 뜻하는 Exchange, 관계 정상화를 뜻하는 Normalization, 비핵화를 뜻하는 Denuclearization의 영문 앞글자를 딴 구상이다. 이 세 가지 과제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병행적으로 추진해,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비핵화라는 근본 목표도 함께 다루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과거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비핵화 진전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 구상은 교류와 정상화 논의를 비핵화 논의와 병렬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빛의 혁명”과 민주주의 회복 강조
이 대통령은 연설 후반부에서 지난겨울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를 국민들이 자발적 행동으로 극복한 과정을 “빛의 혁명”으로 표현하며, 이를 유엔 정신의 성취로 평가했다. 그는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합니다”라고 말해, 민주주의 회복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설은 한국 국민이 계엄 반대 집회에서 사용한 응원봉의 이미지를 인용해, 유엔 회원국들도 세계 평화와 공존을 위한 등불을 함께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대목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연설은 이 대통령이 지난 6월4일 취임한 이후 유엔 무대에서 갖는 첫 다자외교 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을 겪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각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도 병행해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가 실제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과 국제사회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기조연설을 계기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간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 여부가 이번 구상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며, 국제사회가 이 대통령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