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에서 정상으로, 최하빈의 대역전
29일 한국시간 라트비아 리가의 볼보 스포츠센터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기대주 최하빈이 2026-202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 76.21점과 프리스케이팅 170.20점을 합쳐 최종 총점 246.41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하빈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로 5위에 머물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펼치며 순위를 단숨에 뒤집었다.
이번 우승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선두를 지킨 경기가 아니라 불리한 출발을 극복한 역전극이라는 점이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최하빈은 우승권의 가장 앞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98.70점과 예술점수 71.50점을 받아 총 170.20점을 쌓았다. 한 차례의 실수가 대회 전체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다음 연기에서 자신의 최고 수준을 끌어낸 집중력이 빛났다.
최하빈의 최종 총점 246.41점은 2위 이재근의 229.77점, 3위 스위스의 이안 바일러가 받은 221.73점과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국 선수인 최하빈과 이재근이 나란히 1·2위에 오르면서 남자 싱글 무대에서 한국 피겨의 새로운 경쟁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결과만 보면 최하빈의 우승이지만, 시상대 상단 두 자리를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다는 사실도 팬들이 함께 환호할 장면이다.
쿼드러플 러츠 두 번, 승부를 바꾼 기술력
최하빈의 대역전을 완성한 핵심은 고난도 점프인 쿼드러플 러츠였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러츠를 두 차례 성공했다. 한 번의 강렬한 장면에 그치지 않고 같은 고난도 기술을 두 번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기의 무게가 커진다. 쇼트프로그램의 점프 실수로 5위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위험 부담이 큰 기술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가장 강한 무기로 흐름을 뒤집었다.
채점표에서도 기술적 성취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최하빈의 기술점수는 98.70점으로, 프리스케이팅 총점 170.20점을 떠받친 중심이었다. 동시에 예술점수에서도 71.50점을 확보했다. 고난도 점프의 성공이 우승의 결정적인 동력이었지만, 점프만으로 완성된 결과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기술 수행과 프로그램 전체의 표현을 함께 점수로 연결하며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벌린 것으로 평가된다.
피겨스케이팅에서 역전은 단순히 앞선 선수보다 조금 높은 점수를 받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앞선 연기의 실수를 정리하고, 다음 무대에서 준비한 요소를 실제 점수로 바꿔야 한다. 최하빈은 프리스케이팅 한 번으로 5위에서 1위까지 올라섰다. 쿼드러플 러츠 두 차례 성공은 화려한 기록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술을 구현해 낸 경기 운영의 결과로 읽힌다.
개인 최고점 두 개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이번 대회는 메달 색깔뿐 아니라 최하빈 개인의 성장 폭을 수치로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 170.20점은 기존 개인 최고점 154.43점보다 15.77점 높다. 최종 총점 246.41점 역시 종전 개인 최고점 232.19점을 14.22점 넘어섰다. 한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과 최종 총점의 개인 기록을 모두 경신하며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경기 내용과 결과가 함께 맞아떨어진 무대였다.
개인 최고점을 넘어선 방식도 인상적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이미 완벽한 흐름을 만든 뒤 기록을 조금 높인 것이 아니라, 5위라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폭의 상승을 이뤘다. 이는 최하빈이 흔들린 뒤에도 프로그램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광고 소속의 차세대 에이스라는 평가가 기대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대회 우승과 구체적인 점수로 이어진 순간이다.
2위 이재근과의 격차는 16.64점, 3위 이안 바일러와의 차이는 24.68점이었다. 이 수치는 최하빈이 근소한 차이로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라 프리스케이팅에서 확실한 우위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쇼트프로그램 5위라는 위치를 고려하면 후반부의 폭발력은 더욱 선명하다. 경쟁자들의 결과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점수를 크게 끌어올려 우승선을 통과한 경기였다고 분석된다.
한국 남자 피겨가 확인한 새로운 가능성
최하빈의 우승은 한 선수의 금메달을 넘어 한국 남자 싱글의 경쟁 구도를 흥미롭게 만든다. 같은 대회에서 이재근이 229.77점으로 준우승하면서 한국 선수 두 명이 가장 높은 두 자리를 나눠 가졌다. 최하빈은 고난도 점프로 정상을 차지했고, 이재근도 스위스의 이안 바일러를 앞섰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라는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동시에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다만 이번 성과를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미 확인된 경기력이다. 최하빈은 쇼트프로그램의 실수를 프리스케이팅에서 만회했고, 쿼드러플 러츠를 두 차례 성공했으며, 두 부문의 개인 최고점을 모두 새로 썼다. 우승이라는 결론만큼이나 그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 강렬하다. 실수 이후의 회복력, 고난도 기술의 완성도, 점수로 확인된 성장세가 한 프로그램 안에 모두 담겼다.
30일 현재 한국 피겨 팬들이 최하빈의 이름에 환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위에서 출발한 선수가 압도적인 프리스케이팅으로 정상에 오르고, 한국 선수들이 1·2위를 함께 차지한 장면은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한다. 세계 독자에게도 이번 우승은 한국 남자 피겨의 젊은 선수가 두 차례의 4회전 러츠와 극적인 역전으로 국제무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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