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기능 분리, 진주혁신도시의 새 시험대
정부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경상남도 진주혁신도시가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무대로 떠올랐다. 정부가 발표한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에 따르면 LH는 개발 중심의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 중심의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뉘게 된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진주시와 지역 상공계는 기능 분리의 취지와 별개로, 새로 출범할 두 기관의 본사를 모두 현재 LH가 자리 잡은 진주혁신도시에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은 하나의 거대 공기업 안에 결합돼 있던 개발과 주거복지 업무를 각각 전문화하는 구조 변화로 읽힌다. 개발 사업과 주거 자산 관리가 서로 다른 조직 목표와 운영 체계를 갖게 되면 의사결정의 책임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 다만 조직을 둘로 나누는 과정에서 본사와 핵심 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흩어질 경우, 기존에 형성된 업무 기반과 지역 산업 생태계가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진주가 단순히 기관 주소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 두 조직의 안정적 출범을 지원할 수 있는 거점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이유다.
진주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진주시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는 LH 분리가 불가피하더라도 두 공사의 본사는 진주혁신도시에 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기관이 같은 지역에서 새 조직을 꾸리면 기존 인력과 시설, 협력 관계를 활용할 수 있어 분리 과정의 비용과 혼선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논리다. 이는 공공기관 개혁의 효율성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목표를 충돌시키기보다, 진주라는 기존 거점을 활용해 동시에 달성하자는 제안으로 평가된다.
‘본사 존치’ 넘어 산업 거점 경쟁력 입증해야
진주시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연속성이다. LH는 현재 진주혁신도시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은 이를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기업, 관련 종사자가 연결되는 기반을 형성해 왔다.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두 기관이 기존 장소에 남으면 조직 재편에 필요한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업무의 단절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진주시가 입지 경쟁력과 이전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조건을 정부와 국회에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본사 존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지역 경제의 이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 기관의 업무 효율, 인력 운용, 기관 간 협업, 조직 정착 속도 측면에서 진주가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은 분리 이후에도 상호 연결될 여지가 큰 만큼 두 기관이 한 지역에 위치할 경우 필요한 협업을 유지하기 쉽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기능 분리가 공간적 분산으로까지 이어지면 조직 개편의 초기 단계에서 조정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검토 대상이다.
이번 사안은 혁신도시가 공공기관을 처음 유치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미 이전한 기관의 기능 개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관의 명칭과 조직 구조가 달라져도 지역이 전문 인력과 행정 지원, 연관 산업의 기반을 유지한다면 혁신도시는 지속 가능한 공공산업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진주가 두 신설 기관의 본사를 모두 품게 된다면 기존 LH 중심의 도시 구조를 개발과 주거복지라는 두 전문 축으로 확장할 계기를 얻는 셈이다.
발전 5개사 통합본사까지 겨냥한 진주의 전략
진주시와 지역 상공계는 LH 문제에만 대응하지 않고 발전 공기업 재편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 정부 방안에 포함된 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의 통합과 관련해, 가칭 ‘한국발전’의 통합본사를 진주혁신도시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치위원회는 한국남동발전이 이미 진주에 있다는 점을 들어 이곳이 통합본사의 현실적인 최적지라고 주장했으며, 지역 차원의 서명운동과 유치 대응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기존 기관의 소재지를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 기능 개혁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발전 5개사가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될 경우 어디에 본사를 둘지는 조직 운영과 지역 경제에 모두 중요한 문제가 된다. 진주는 기존 남동발전의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추가 이전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이미 운영 중인 기관을 중심으로 통합 조직을 정착시키는 방식은 새로운 입지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실행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H에서 분리될 두 기관과 발전 공기업 통합본사까지 진주에 자리 잡는다면, 진주혁신도시는 주택·도시 개발과 주거복지, 에너지 공기업이 함께 위치하는 복합 거점으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존재 자체보다 기관 사이의 기능적 연결과 지역 산업 파급효과를 키우는 방향에 가깝다. 향후 경쟁의 핵심도 몇 개 기관을 유치했는지가 아니라, 해당 기관이 지역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주변 경제와 연결되는지를 증명하는 데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4분기 세부 계획이 가를 지역경제의 방향
진주시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세부 계획이 예정된 4분기까지 관계 부처와 국회에 지역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시는 LH에서 분리되는 두 기관의 본사 존치와 발전 공기업 통합본사 유치를 함께 추진하면서 혁신도시의 거점 기능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조직의 구체적인 배치가 모두 제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의 기능 개혁 원칙과 지역의 비용·효율 논리가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는지가 중요하다.
지역 상공계의 대응 역시 선언을 넘어 경제적 타당성을 설명하는 단계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본사 이전 여부는 직원과 관련 기업의 이동, 지역 소비와 고용 기반, 기존 시설의 활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정부 입장에서는 조직 개편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전 비용과 행정 공백을 줄여야 한다. 진주가 강조하는 ‘두 기관 동시 존치’와 ‘통합본사 유치’는 이러한 조건을 지역의 경쟁력으로 바꾸려는 선택이며, 공공기관 개혁과 균형발전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제안이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번 변화는 한국이 대형 공기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도권 밖 도시의 성장 기반을 어떻게 유지하려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진주혁신도시의 향방은 한 기관의 주소를 둘러싼 지역 현안을 넘어, 조직 효율과 지역 발전을 함께 달성하려는 한국형 공공부문 재편의 성패를 가늠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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