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3년 12월 선언한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 정책이 시행 2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직장인을 포함한 국민 다수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률은 46.3%로 2022년 36.0%보다 10.3%포인트 상승했으며,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 경험률도 30.0%에서 40.2%로 늘었다.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73.6%로 2022년 63.9%보다 9.7%포인트 증가해, 정부가 예방부터 회복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이 되고 있다.
직장인과 청년층 정신건강, 통계로 본 위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17년 69만1164명에서 2021년 93만3481명으로 5년 새 35% 늘었다. 특히 20대 우울증 환자는 같은 기간 127.1% 급증해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고, 불안장애 환자도 20대에서 86.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에는 60대 환자 비중이 가장 컸지만, 2021년에는 20대가 전체 환자의 19%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연령대로 바뀌었다. 취업 경쟁 심화와 사회적 고립, 코로나19 이후 근무 환경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업무 경계 모호화와 고용 불안정성 심화, 경쟁적 조직 문화 등이 직무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4대 전략으로 예방부터 회복까지 전 단계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2월 5일 정신건강정책의 새로운 비전으로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선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대응 및 치료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라는 4대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며, 10년 내 자살률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사업인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2024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문 심리상담 지원 인원을 2024년 8만 명에서 2025년 16만 명, 2026년 26만 명, 2027년 50만 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7년까지 누적 100만 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층 정신건강 검진 항목도 기존 우울증 위주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으로 넓어졌고, 검진 주기는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됐다. 전국 17개 시도에는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관이 함께 대응하는 합동대응센터가 설치돼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도 갖춰지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지원 체계도 확충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건강센터는 23개 센터와 22개 분소를 통해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300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복지넷을 통한 전문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근로자 지원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우수기업 포상과 우수사례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중대산업재해 경험자와 감정노동자를 위한 직업트라우마센터는 2023년 14개소에서 2024년 23개소로 늘었으며, 전국 74개 고용센터에서는 실직자와 구직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6회의 스트레스 극복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책 발표 당시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으며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정신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사안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정신건강을 단순한 질병 치료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 복지 영역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전환이 한국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책의 성패는 결국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 양성, 사회적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마음투자 지원사업 등 핵심 사업이 아직 목표치의 초기 단계인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2027년까지 지원 인원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면 국민 전반의 정신건강 수준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의 정신건강이 개선되면 조직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행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