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 추진…의료 AI 실증사업도 본격화
보건복지부가 의료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보건의료정보의 안전한 활용,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기반 조성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으며,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할 정책심의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관련 법률 제정을 목표로 국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추진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확대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 주도로 본인의 건강정보를 한곳에 모아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의료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이헬스웨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참여 의료기관을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환자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의료진과 연구기관이 진료 기록, 검사 결과 등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인공지능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치료기기 등 이른바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SaMD)에 대한 다기관 임상 실증 지원 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흉부CT 영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관상동맥 석회화 소견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는 연구, 스마트폰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의 임상 도입 실증,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실제임상근거(RWE) 확보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별도로 환자가 자택에서 재택·재활 의료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홈스피탈’ 구현 기술 실증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 증가와 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나 의료 취약 지역 주민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정책의 지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이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와 원격의료 제도를 앞다퉈 정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헬스웨이 확대와 의료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쟁점
마이헬스웨이를 비롯한 의료데이터 활용 정책은 산업계와 의료계로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의료기기 개발과 맞춤형 진료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환자 동의 절차와 가명처리의 적정성, 재식별 방지,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관의 책임 소재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는 상업적 활용 과정에서 환자 정보가 상품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복지부는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 장치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 진단보조 기술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단 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의사가 지도록 하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기술을 활용해 진료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 새로운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남은 과제와 전망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세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진단보조 기기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임상 실증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야 실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원격진료 확대 역시 의료법 개정과 의료계와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으로, 단기간 내 전면적인 제도 변화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도 마이헬스웨이 참여 기관 확대, SaMD 실증사업 지원,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윤리, 디지털 격차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정책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관련 기관과 의료계, 환자단체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