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부 변전소를 잇달아 겨냥한 공격
1일 오후 8시께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베르크하임의 암프리온 변전소에서 폭발과 송전선 장애가 발생했다.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인근에서 여러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너지기업 RWE는 설비 5개가 피해를 보면서 4천200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이 전력망에서 차단됐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라 누군가 대규모 정전을 유발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독일 당국은 반헌법적 파괴공작 혐의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헤르베르트 로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내무장관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이 고의로 합선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피해 규모뿐 아니라 공격의 목적이 전력 공급 자체를 흔드는 데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발전 용량이 전력망에서 차단됐다는 사실과 고의적인 합선 정황이 함께 확인된 만큼, 수사의 초점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핵심 설비에 접근했는지를 밝히는 데 맞춰지고 있다.
같은 날 오전에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투르노프라일라크 변전소에서 폭죽 형태의 폭발 장치 수십 개가 발견됐다. 당국이 모두 해체하기 전에 일부 장치가 폭발해 실제 송전 장애도 일어났다. 서로 멀리 떨어진 동부와 서부의 변전소에서 하루 사이 유사한 위험이 드러났다는 점은 개별 시설의 보안 문제를 넘어 독일 전력망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할 사안으로 평가된다.
정전을 목표로 한 정교한 파괴 방식
얀 레트만 브란덴부르크주 내무장관은 투르노프라일라크 사건의 목적이 고압 송전선에 전도성 물질을 집어넣어 합선과 정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폭발 장치 자체로 시설을 크게 파괴하기보다는 전기가 흐르는 구조를 이용해 장애를 증폭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변전소와 송전선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광범위한 지역으로 보내는 연결 지점이라는 점에서, 제한된 장비로도 공급망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표적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두 지역 모두 전력망의 기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이다. 베르크하임에서는 설비 5개가 손상돼 발전 용량이 차단됐고, 투르노프라일라크에서는 폭발 장치 일부가 작동해 송전 장애가 발생했다. 공격 주체와 두 사건의 연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전을 유도하려는 목적성이 당국 설명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는 시설 복구와 별개로 접근 통제, 감시, 폭발물 탐지 체계를 동시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망 공격은 피해가 발생한 지점과 실제 영향이 나타나는 지역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특정 설비의 기능이 멈추면 다른 발전·송전 설비가 부담을 나눠야 하고, 당국은 추가 장애를 막기 위해 일부 용량을 선제적으로 분리할 수도 있다. 이번에 확인된 4천200메가와트 차단은 공격의 물리적 흔적만으로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은 파손된 장치 수가 아니라 전력망 전체에서 해당 설비가 맡고 있던 기능이다.
극좌 단체인가 외국 정보기관인가
독일에서는 앞서 테슬라 전기차 공장 등을 겨냥한 전력망 손상이나 방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대부분 극좌 단체가 배후를 자처했다. 이 때문에 좌익 극단주의 세력은 이번 수사에서도 우선적인 의심 대상으로 거론된다. 산업시설과 기반시설을 공격해 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방식이 과거 사건들과 외형적으로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번 범행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레트만 장관은 이번 사건의 범행 방식이 지금까지 알려진 극좌 단체의 수법과 다르다며 외국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 정보기관의 개입이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여러 가설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공격 방식의 차이와 배후 주장 부재는 기존 사건의 연장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이며, 당국이 현장 증거와 장치의 제작 방식, 침입 경로를 통해 주체를 좁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극좌 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꾸민 러시아 측 하이브리드 공격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이는 현재 확인된 결론이 아니라 가능한 배후를 둘러싼 분석이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초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 나타난 폭발물 드론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보복 조치에 나선 상황도 이런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 극단주의와 외국 세력 개입을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전력 공급을 넘어 국가 대응력을 시험하다
연속된 공격은 독일이 기반시설 보안을 물리적 경비의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변전소에 폭발 장치를 설치하거나 송전선에 전도성 물질을 투입하는 방식은 사이버 침입 없이도 에너지 공급을 흔들 수 있다. 반대로 공격자를 특정하려면 현장 수사뿐 아니라 배후 조직의 목적과 외부 지시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이번 사건이 파괴공작으로 확정될 경우 시설 방호와 정보 대응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의 과제는 손상된 설비를 복구하고 추가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지만, 더 어려운 문제는 반복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다. 범인이 정전을 목표로 고압 송전 구조의 특성을 이용했다면 유사한 방식이 다른 시설에도 적용될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두 지역에서 이틀 연속 공격 사건이 드러난 만큼 독일 당국은 개별 범죄인지, 서로 연계된 계획인지, 기존 극단주의 세력과 다른 주체가 등장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한 국가의 전력시설 손상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핵심 기반망이 얼마나 적은 물리적 개입에도 압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배후가 국내 극단주의 단체인지 외국 정보기관인지에 따라 독일의 대응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만, 어느 경우든 전력망이 정치적·전략적 공격의 표적이 됐다는 우려는 남는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전력이라는 일상적 기반시설의 안전이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치안, 정보전, 국가 안보와 직접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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