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결속 강화를 내세운 독일에 밀려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브앤드메일이 독일 TKMS 선정을 보도했다
한국이 앞세운 것은 빠른 납기와 장기간 잠항능력 등이었다. 독일과 접전을 벌였지만 역시 나토 동맹의 벽이 높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선정됐다는 보도가 6일 나왔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전했다.
공식 발표에 나설 사람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다. 장소는 동부 항구도시 핼리팩스이고, 시점은 한국시간 7일 오전 5시 10분(현지시간 6일 오후 5시 10분)으로 전망된다. 카니 총리가 7∼8일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직전이다.
빅토리아급 4척을 대체하는 최대 12척 사업, 후속 군수지원 배점이 50%다
CPSP는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사업이다. 캐나다 해군이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2030년대 중반 퇴역할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한다. 건조 비용에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더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결선 주자 격인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오른 곳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 TKMS다.
평가 배점에서 가장 큰 몫은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으로 50%였다. 잠수함 성능이 20%, 비용이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가 15%로 뒤를 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기종 모두 작전운용성능을 충족해 지정학이 변수로 꼽혔다
한국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Batch)-Ⅱ와 독일의 ‘타입 212CD’는 캐나다군이 요구하는 작전운용성능을 모두 충족한다. 그래서 ‘지정학적 고려’와 절충교역 등 ‘경제적 혜택’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sia Pacific Foundation of Canada)이 앞서 내놓은 진단은 이렇다. “CPSP는 국방 조달 결정일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선택 성격도 띠게 됐다”며 이번 수주전이 “범대서양 안보협력을 심화할 것인지, 아니면 인태 지역에서 안보 관여를 강화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장보고-Ⅲ는 3주 이상 잠항하고 수직발사대를 갖췄다
장보고-Ⅲ 배치-Ⅱ에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돼 3주 이상 수중 작전을 할 수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라는 세 바다에서 장기 잠항하며 작전해야 하는 캐나다군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VLS)를 갖춘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TKMS의 타입 212CD에는 VLS가 없다. 길이 83m로 타입 212CD(74m)보다 큰 외형, 조기 납품 능력, 1번함 장영실함이 이미 진수해 시험운항 중이라는 점도 한국이 내세운 강점이었다.
타입 212CD가 부각한 장점은 스텔스 성능을 높인 다이아몬드형 선체와 나토 상호운용성이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북방 해역 작전을 위해 함께 설계한 모델이어서 북극 환경 운용에 최적화됐다는 점도 앞세웠다.
독일은 나토 잠수함 전력의 70%를 공급한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에 따르면 나토 잠수함 전력의 70%를 공급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CPSP를 수주하면 독일·노르웨이·캐나다까지 총 24척의 잠수함 전력을 함께 운용할 수도 있다.
캐나다가 독일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對)나토 안보공약 약화가 있다. 나토 동맹과의 협력관계, 독일이 나토 회원국에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이력이 함께 고려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캐나다는 비(非)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역시 유럽과의 안보 결속 강화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세이프는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 EU 집행위가 낮은 금리로 대출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도산안창호함 교신과 APMA 양해각서로 협력을 제안했다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에는 ‘나토의 벽’을 넘는 일이 이번 수주전의 중요 과제로 꼽혀왔지만 결국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일은 잠수함 기술 선도국이자 나토 핵심국이다. 그런 상대와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은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해군의 3천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횡단하며 캐나다 태평양 사령부와 교신했다.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휘통제 체계인 ‘연합 C4I 체계’를 통해서였고, 나토 상호운용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국과 독일 모두 전방위적 산업 협력 방안을 캐나다에 제안한 바 있어 이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CPSP 수주를 지원하려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무기체계를 현지에서 개발·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