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란 정상, 비슈케크서 제재 영향 축소와 경제협력 확대 논의

인도·이란 정상, 비슈케크서 제재 영향 축소와 경제협력 확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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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에서 마주 앉은 인도와 이란

3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 영향을 무력화하고 양국 경제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날 회담은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한 자리다. 두 정상의 만남 자체도 약 2년 만이다.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역내 안보 상황과 양국 관계의 현황을 검토하고 상호 관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란은 전쟁과 제재가 동시에 이어지는 조건에서 외부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하고, 인도는 분쟁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과 물자·연료 수송의 안전을 중시하고 있다. 두 정상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충돌의 확산을 억제하고 교역과 운송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접점이 확인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경제협력과 평화적 해결을 같은 회담에서 함께 강조한 것도 안보 불안과 경제적 압박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이란의 판단을 보여준다.

“해결책은 대화와 협력”이라는 이란의 메시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 내부에 전쟁이 지속되는 데서 이익을 찾고 갈등을 영구화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평화적 의지를 공고히 해 평화와 안정, 안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은 오직 대화와 협력에 있다며 불안과 분쟁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모든 가용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쟁 책임을 미국 내 세력에 돌리는 정치적 비판인 동시에, 인도에 중재와 협력의 공간을 열어 달라는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모디 총리는 일부 세력이 전쟁에서 이익을 찾는다는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궁극적으로 평화와 안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이란의 문제 제기에 호응하되 군사적 대립의 어느 한쪽에 직접 서기보다 대화의 필요성을 앞세운 태도로 평가된다. 이란은 인도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역량이 많다고 봤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핵심은 즉각적인 합의나 새로운 협정의 발표가 아니라, 전쟁 이후 경색된 환경에서도 두 나라가 정치·경제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있다.

제재 무력화와 경제협력 확대의 함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과 인도가 제재의 영향을 무력화함으로써 경제협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제약과 압박을 받고 있지만 여러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다만 이날 공개된 내용에는 구체적인 사업, 계약 규모, 이행 일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협력 격상은 이미 확정된 성과라기보다 이란이 인도에 제시한 정책 방향과 협력 의지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란이 제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경제 외교의 목표가 단순한 교역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제재가 대외 관계의 제약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인도와의 협력은 이란이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고 경제 활동의 통로를 넓히려는 시도의 일부로 분석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기존 합의의 틀에서 약속을 지켜왔지만 미국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현재 압박의 책임이 이란에만 있지 않다는 자국의 논리를 인도 측에 전달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인도의 입장에서도 안보와 경제는 연결돼 있다. 모디 총리는 전쟁 발발 이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선박의 안전한 해협 통과, 물자와 연료 수송의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과 세계 해상 교통의 혼란은 이날 회담에서 다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ETV바라트가 전했지만, 자세한 의제와 논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된 범위에서 보면 인도는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우선적으로 항행과 공급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 이후 외교의 시험대

두 정상의 회담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한 이란 고위 관리들도 배석했다. 이는 이란이 이번 만남을 정상 간 의례적 접촉에만 머물지 않고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다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회담 뒤 공개된 정보는 협력 필요성과 평화 원칙에 집중돼 있으며, 제재를 실제로 우회하거나 완화할 구체적 수단은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관계의 깊이는 선언적 의지가 실무 협의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해상 교통과 물자 수송의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슈케크 회담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외교 채널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는 신호다. 이란은 제재 무력화와 경제협력 확대를 요구했고, 인도는 평화 정착과 안정적인 수송 환경을 강조했다. 양국이 제시한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분쟁 확대가 경제와 교통의 불안을 키운다는 인식은 공유된다. 세계 독자에게 이번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군사적 충돌의 향방뿐 아니라 제재, 해상 운송, 지역 협력이 서로 얽힌 국제질서에서 인도와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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