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재벌 권력을 추적하는 천만 액션 영화

베테랑, 재벌 권력을 추적하는 천만 액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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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행동파 형사와 재벌 3세가 충돌하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2015년 개봉한 대한민국 액션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서도철이 있다.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은 한번 의심을 품으면 끝을 볼 때까지 파고드는 행동파다. 경찰 생활을 오래 하며 현장의 요령과 직감을 익혔지만, 부당한 일을 모른 척하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집요한 형사가 신진그룹의 재벌 3세이자 실장인 조태오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추적을 그린다.

서도철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광역수사대에는 20년 차 오재평 팀장, 위장 수사에 능한 미스 봉, 힘을 써야 하는 현장에서 활약하는 왕 형사, 팀의 막내 윤 형사가 함께한다.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가 각각 이들을 연기하며, 천호진은 광역수사대장 강정식으로 등장한다. 영화 초반 형사들은 오랫동안 추적한 중고차 사기범들을 부두에서 검거한다. 이 대목은 구성원들의 역할과 호흡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후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날 서도철의 행동 방식을 미리 제시한다.

사건의 방향은 서도철이 재벌들의 술자리에 초대되면서 바뀐다. 그곳에서 그는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를 만난다. 조태오는 막대한 권력을 지닌 신진그룹 집안의 셋째 아들이며, 서도철은 형사의 직감으로 그에게서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물차 기사 배철웅이 임금 문제를 항의하러 신진물산을 찾았다가 건물 비상계단에서 추락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중고차 사기범을 쫓는 과정에서 배철웅과 인연을 맺었던 서도철은 이 사건을 개인적인 책임감과 형사로서의 의심을 품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천만 관객 영화’가 된 대중적 액션

베테랑은 2015년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정확한 관객 수치를 넘어 ‘천만 영화’라는 분류 자체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특정 장르의 열성 관객만이 아니라 폭넓은 대중이 극장을 찾았다는 뜻이다. 영화는 범죄 수사, 육체적인 액션, 형사팀의 유머, 권력자를 향한 추적을 한 흐름 안에 배치한다. 복잡한 배경 설명 없이도 누가 사건을 파헤치고 누가 이를 막으려 하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대립 구도가 대중적 접근성을 만든다.

그 중심에는 황정민과 유아인의 강한 대비가 있다. 서도철은 몸으로 현장을 뛰며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단서를 모으는 형사다. 반면 조태오는 기업과 집안의 영향력을 자신의 방패처럼 사용한다. 유해진이 연기한 최 상무는 조태오의 오른팔로서 형사와 재벌 3세 사이를 가로막는다. 사건 당시 감시카메라가 점검 때문에 꺼져 있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배철웅의 추락이 자살로 정리되도록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서도철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폭력성뿐 아니라 그 사람을 보호하는 조직적인 장벽이다.

영화의 유머 역시 대립의 긴장을 완화하면서 인물들의 성격을 선명하게 만드는 장치로 읽힌다. 중고차 매매업체 업주 역의 배성우를 비롯해 여러 배우가 형사들의 초반 수사 과정에 활기를 더한다. 특별출연한 마동석은 덩치 좋은 운동복 차림의 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한다. 조태오의 “어이가 없네”는 작품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남았다. 다만 영화가 웃음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팀플레이와 화려한 액션 뒤에는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와 책임을 피하려는 기업 권력의 문제가 놓여 있다.

명확한 인물 배치가 만드는 추적의 속도

베테랑의 특징은 인물의 역할을 빠르고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데 있다. 서도철은 사건을 의심하고 돌파하는 중심축이며, 오 팀장은 팀 전체를 책임지는 관리자다. 미스 봉과 왕 형사, 윤 형사는 서로 다른 능력과 성격으로 수사를 보조한다. 여기에 정웅인이 화물차 기사, 진경이 서도철의 아내, 송영창이 조태오의 아버지이자 신진그룹 회장으로 등장한다. 정만식이 맡은 화물 운송업체 소장과 신진그룹 관계자들은 노동 현장과 대기업을 연결하는 사건의 구조를 보여준다.

액션의 성격도 서도철이라는 인물과 맞닿아 있다. 그는 안전한 자리에서 지시만 내리는 수사관이 아니라 직접 뛰고 부딪치며 상대를 압박한다. 영화 초반의 중고차 사기범 검거는 광역수사대가 현장을 다루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후 조태오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수사의 무게도 달라진다. 평범한 범죄자를 추적할 때와 달리, 상대는 경찰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서도철의 육체적인 행동은 단순한 볼거리인 동시에 막힌 수사를 앞으로 밀어붙이는 서사적 동력이 된다.

음악의 사용은 영화가 가진 대중문화적 감각을 드러낸다. 삽입곡으로 블론디의 ‘Heart of Glass’, 산울림의 ‘나 어떡해’, 오페라 노르마의 ‘Casta Diva’, 쇼팽의 마주르카 5번 작품번호 7-1이 쓰였다. 대중음악과 오페라, 클래식이 한 작품 안에 함께 놓이면서 장면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조합은 영화가 정통 수사극의 무거움에만 머물지 않고, 인물의 과장된 면과 긴장, 아이러니를 폭넓은 리듬으로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임금 체불과 재벌 권력을 바라보는 한국적 맥락

해외 관객이 이 영화를 이해할 때 주목할 지점은 ‘재벌 3세’라는 설정이다. 한국에서 재벌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과 그 지배 가문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된다. 조태오는 스스로 사업을 일군 인물이 아니라 신진그룹 회장의 아들로서 기업의 실장 자리에 올라 있다. 그의 힘은 개인의 재산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임원과 수행원, 기업 조직, 외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합해 의혹을 차단하는 방어막으로 작동한다.

배철웅의 사건은 이러한 권력의 반대편에 놓인 노동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는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를 찾아가지만, 그 뒤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에게 폭행당했고,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맷값’이라는 명목으로 수표 여러 장을 건넸다고 서도철에게 말한다. 노동자의 신체와 존엄이 돈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태도가 이 짧은 설명에 압축된다. 서도철이 분노하는 이유도 단순히 수상한 사건을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조직의 설명과 금전으로 지워지는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경찰 조직도 단순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서도철은 사건을 파헤치려 하지만 조태오는 권력의 힘을 이용해 그의 움직임을 막는다. 배철웅의 사건을 맡은 경찰 역시 이를 자살로 마무리하려 한다. 반면 광역수사대 동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도철과 연결돼 있다. 이 구도는 정의로운 개인 한 명과 악인 한 명의 싸움이라기보다, 진실을 밝히려는 현장 수사와 사건을 조용히 종결하려는 힘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관객은 형사의 통쾌한 행동을 따라가면서도 제도가 누구에게 더 쉽게 움직이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다시 보는 베테랑의 의미

오늘날 베테랑을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르적 명료함이다. 행동파 형사, 오만한 재벌 3세, 그를 보호하는 임원,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의 가족이 뚜렷하게 배치된다. 이 단순하고 강한 구도는 관객이 사건의 핵심을 놓치지 않게 한다. 동시에 류승완 감독은 광역수사대 구성원들의 활기와 수사 과정의 유머를 활용해 사회적 소재가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흐르는 것을 피한다. 작품의 대중성과 문제의식은 서로 분리되기보다 액션이라는 형식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배우들의 조합도 작품의 인상을 결정한다. 황정민은 거칠고 끈질긴 서도철을 중심에 세우고, 유아인은 권력과 특권에 익숙한 조태오로 맞선다. 유해진과 오달수, 장윤주, 김시후, 오대환은 두 사람의 대립을 둘러싼 조직의 얼굴을 만든다. 진경, 정웅인, 정만식, 송영창, 천호진을 비롯한 배우들은 가족, 노동 현장, 기업, 경찰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한다.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자가 사건에서 담당하는 위치가 분명해 추적의 흐름이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베테랑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인 동시에, 임금 문제로 본사를 찾은 화물차 기사와 재벌 3세의 권력을 한 사건 안에서 충돌시킨 영화다. 지금 볼 만한 이유는 통쾌한 형사 액션에만 있지 않다. 돈과 지위가 책임을 대신할 수 있는지, 거대한 조직 앞에서 현장의 수사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기 때문이다. 결말을 미리 알지 않아도 서도철이 의혹의 벽을 하나씩 두드리는 과정만으로 충분한 긴장이 만들어진다. 한국 상업영화의 속도감과 팀플레이, 그리고 재벌 권력에 대한 대중적 문제의식을 함께 살펴보고 싶은 관객에게 여전히 선명한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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