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한국 지사 공식 출범…국내 AI 생태계 새 전환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OpenAI)가 9월 10일 서울 광진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지사 ‘오픈AI 코리아’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오픈AI의 아시아 세 번째, 전 세계 열두 번째 지사로,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참석해 “한국은 뛰어난 인프라와 혁신 기업, 빠른 디지털 수용력을 갖춘 AI 혁신의 최적지”라며 “산업, 학계, 정부 전반과 협력해 AI 대전환을 함께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SK와의 데이터센터 구축 및 반도체 분야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며, 다음 날인 9월 11일에는 서울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본격화했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ChatGPT 유료 구독자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꼽힌다. ChatGPT 앱의 인앱결제 매출 비중에서도 한국은 4.3%를 차지해 아시아 국가 중 2위 수준으로, 오픈AI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LG, AI 가전으로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공략
오픈AI의 한국 진출과 맞물려 국내 대기업들의 AI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9월 5일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각각 ‘AI 홈’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형 스마트홈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대형 전시 부스를 통해 ‘초개인화’를 앞세운 ‘앰비언트 AI’ 전략을 선보였다. 앰비언트 AI는 사용자의 별다른 입력 없이도 생활환경과 대화 맥락을 스스로 학습해 인지하고 필요한 동작을 수행하는 학습형 AI를 의미한다. 예컨대 스마트폰에서 ‘굿나잇 모드’를 활성화하면 TV와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저소음 모드로 전환되는 식이다. 비스포크 AI 냉장고에 탑재된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은 냉장고 내부 식재료를 자동으로 인식해 보관 상태를 관리해주는 것으로 소개됐다.
LG전자는 연내 출시 예정인 AI 홈 허브 ‘씽큐 온(ThinQ ON)’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씽큐 온은 생성형 AI를 탑재해 사용자와의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생활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이를 ‘AI 가전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며, 개별 가전이 각자 작동하는 대신 중앙의 지능형 허브 아래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요리, 휴식, 캠핑 등 상황별로 여러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동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AI 기업들, 추론형 LLM 개발 경쟁 가속
글로벌 AI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인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을 비롯해 네이버, LG CNS, 업스테이지 등이 추론형 대규모언어모델(LLM) 출시를 서두르며 글로벌 기업들을 추격하는 모습이다.
LG CNS는 글로벌 AI 기업 코히어(Cohere)와 파트너십을 맺고 1,11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추론 기반 LLM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LG AI연구원의 이홍락 공동연구원장 겸 최고AI과학자(CSAI)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며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홍락 공동연구원장은 미국 미시간대 교수 출신으로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지난 7월 배경훈 전 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임우형 상무와 함께 LG AI연구원의 공동 원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9월 10일 SK하이닉스와 AI 서비스 성능 및 효율성 혁신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제조업 AX 얼라이언스(M.AX Alliance)’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AI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그동안 자랑스럽게 여겨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AI 산업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GII(Global Information Inc.)가 발간한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은 2029년까지 약 373조 4,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23.5%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픈AI의 한국 지사 설립을 계기로 국내 AI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오픈AI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기업의 국내 지사 설립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AI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AI 가전 기술과 오픈AI의 첨단 언어모델 기술이 맞물릴 경우, 국내 AI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픈AI 코리아가 향후 삼성전자, SK 등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국내 기업들의 자체 LLM 개발 경쟁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