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25% 정도’로 동결했다. 같은 날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와 대체로 맞는 수준이라는 판단을 처음으로 공식 내놨다.
기준금리 ‘1.25% 정도’ 동결, 반대 1표
일본은행은 29일과 30일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무담보 콜레이트 익일물 유도 목표를 ‘1.25% 정도’로 유지했다. 표결은 찬성 8, 반대 1이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동결 이유로 “경제·물가를 둘러싼 리스크나 금융환경의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했고, 이번 회의의 관심은 인상 여부보다 물가에 대한 일본은행의 판단에 쏠렸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1% 정도’에서 ‘1.25% 정도’로 0.25%포인트 올렸다. 현재 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물가 목표 도입 13년 만에 ‘대체로 정합적’ 평가
일본은행은 이날 함께 공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에서 일시적 변동 요인을 뺀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와 “대체로 정합적인 수준에 있다”고 공식 표명했다.
이 평가는 30년 이상 이어진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인지도 주목된다. 전망 리포트의 기본적 견해는 전원 일치로 결정됐고, 지난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반대했던 아사다·사토 심의위원도 이번에는 찬성했다. 2027년도 물가 전망도 상향됐다.
일본은행은 목표 도입 뒤 국채 매입 등 대규모 금융완화로 조기 달성을 추진했지만 목표 도달에는 13년이 걸렸다.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뒤에는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최근에는 중동 정세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 등 비용 요인과 임금 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우에다 총재, 금융정책 조정 방침…12월 인상 전망 확산
우에다 총재는 “2% 물가 상승률의 지속적·안정적 실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며 “정착을 위해서는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적절히 금융정책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 달성 선언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앞으로는 ‘물가 안정 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2% 정도 수준에서의 정착 정도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통화환경이 완화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방침을 내놨다.
다만 인상 시기와 속도는 중동 정세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 AI 관련 수요 확대, 환율 변동이 일본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며 판단할 방침이다. 우에다 총재는 “여러 지표의 동향을 계속해서 확인해나가는 것에 더해 그 배후의 메커니즘, 특히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 정도에 안착해 있는지와 그 정도를 중요한 요소로 살펴볼 것”이라며 “임금·가격 결정 행동이 2% 인플레이션율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관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2% 정도로 추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임금과 가격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물가가 목표를 넘어 위로 벗어날 위험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존재한다”고 경계했다. 다음 12월 회의를 포함한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매회 회의에서 물가 전망 실현의 확도나 리스크를 점검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금융정책회의인 12월에 일본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목표 도달을 인정한 이상 물가를 2% 정도에서 안정시킬 수 있는지가 다음 초점”이라며 “우에다 총재가 상방 리스크를 강조하면서도 매회 판단한다는 표현에 머문 것은, 인상 자체보다 그 간격을 어떻게 잡을지가 남은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성장률 전망 0.7%로 상향, 엔화 반등
일본은행은 2026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0.1%포인트 높은 0.7%로 조정했다. 중동 정세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전 세계적인 AI 관련 수요 증가와 정부의 여러 시책, 완화적 금융 환경이 경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완화 기간에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는 내년 1월부터 매각 속도를 종전의 2.6배로 높이기로 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반등해 오후 5시 기준 1달러당 157엔 55~57전에 거래됐다. 전날 같은 시점보다 27전 엔고·달러 약세다. 장기금리는 하락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와 직결되고, 엔저가 완화되면 자동차와 기계 등에서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내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엔화는 1달러당 157엔대로, 수출 경쟁에서는 한국에 불리한 수준이 이어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