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이 30일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와서 청와대와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위성락 실장 면담과 외교부 만찬 협의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카시스 장관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위 실장은 카시스 장관에게서 방북 결과를 들었다. 그리고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넓혀 가는 스위스의 노력을 평가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대화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관련 현안은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카시스 장관은 따로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만찬 협의를 했다. 양측은 두 나라 관계와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국제 정세를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공존을 이루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스위스가 북한에 외교사무소를 다시 연 동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조치가 대북 소통과 관여를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카시스 장관은 방북 소감을 전하며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하자고 답했다.
평양 외교사무소 재개관과 북측 회담
스위스 외무부는 지난 26일 카시스 장관이 29~31일 북한과 한국을 차례로 찾는다고 발표했다. 카시스 장관은 29일 평양에 들어가 스위스 외교사무소 재개관식에 참석했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 조용원 조선노동당 비서와 각각 회담했다.
카시스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회담 내용을 올렸다. 그는 최 외무상과 외교사무소를 새로운 형태로 다시 여는 문제,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와 대화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와 유라시아 지역의 폭넓은 안보 현안도 함께 다뤘다고 덧붙였다. 별도 게시글에서는 조 비서가 외교사무소 재개소를 환영했고, 양측이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스위스의 대북 거점과 역할
스위스는 1974년 북한과 수교했다. 1997년부터는 외교부 산하 개발협력청(SDC)이 평양에서 인도주의 협력사무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력이 철수했다. 올해 다시 문을 연 사무소는 외교사무소로 운영된다. 이로써 스위스는 수교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 정치적 외교 거점을 갖게 됐다.
스위스 외무부는 지난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이 사무소가 19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무소의 임무로는 “2020년 기존 인도주의 협력사무소 운영 중단으로 끊겼던 현지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강화하는 것”을 들었다. 외무부는 역내 소통 채널이 부족해 안보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과 정치적 대화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재 역할을 맡을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며, 6·25전쟁 정전협정 준수를 감시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의 일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학한 나라이기도 하다. 자유주의 국가 장관이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것은 지난 5월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 이후 카시스 장관이 처음이다. 스위스가 당장 남북이나 북미 대화의 창구가 되기는 어렵지만, 대북 관계에서 스위스가 지닌 특수성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