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만루, 두 번의 홈런
26일 삼성 라이온즈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 경기에서 최형우와 김영웅의 만루 홈런 두 방을 앞세워 키움 히어로즈를 12-2로 대파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경기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3연승을 달리며 선두 kt wiz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정규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뜨거워지는 시점에 나온 대승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컸다. 특히 한 경기에서 서로 다른 두 타자가 만루 홈런을 터뜨린 장면은 삼성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승부의 문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열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키움 신인 선발 투수 박준현을 공략하기 위해 전날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박승규를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배치했다. 박승규는 1회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 기대에 응답했다. 이어 박준현이 김성윤과 구자욱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이때 타석에 선 4번 타자 최형우는 빠른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초반 한 번의 스윙으로 4점을 쓸어 담으며 삼성 쪽으로 흐름을 단숨에 끌어온 대단한 장면이었다.
이 홈런은 상대 선발과의 앞선 맞대결 흐름까지 뒤집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렬했다. 삼성 타선은 박준현을 상대로 전날까지 올 시즌 두 경기, 12이닝 동안 한 점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선두 타자의 출루와 연속 볼넷으로 얻은 기회를 최형우가 놓치지 않았다. 박승규의 1번 배치는 기록상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첫 타석 안타가 대량 득점의 출발점이 됐다. 박진만 감독의 타순 조정과 중심 타자의 해결 능력이 정확하게 맞물린 셈이다.
최형우가 열고 김영웅이 닫았다
삼성의 공격은 1회 최형우의 한 방으로 끝나지 않았다. 5-2로 앞선 5회에는 다시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고, 7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한 김영웅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최형우가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왔다면 김영웅은 키움의 추격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 삼성은 두 차례 만루 기회에서 홈런 두 방으로 8점을 생산했고, 최종 점수 12-2의 압도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제한된 기회를 가장 큰 득점으로 바꾼 집중력이 돋보였다.
김영웅에게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홈런이었다. 그는 허벅지 뒤 근육통 등의 증세로 세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순탄하지 않은 시즌을 보냈고, 타격 부진으로 2군에도 다녀왔다. 2024년 28개, 2025년 22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장타자가 이번 시즌에는 이 경기 전까지 홈런 두 개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전날 5타수 2안타로 감각을 끌어올린 뒤 이날 시즌 3호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다. 김영웅은 경기 후 만루 홈런이 짜릿했다면서,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삼진만 피하고 외야 뜬공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고 밝혔다.
그 설명에는 올 시즌 김영웅이 느낀 부담과 이번 한 방의 가치가 함께 담겨 있다. 처음부터 홈런만 노린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득점을 만들겠다는 접근이 가장 큰 결과로 이어졌다. 부상과 부진을 겪은 타자가 중요한 시기에 장타를 되찾았다는 사실은 삼성 타선에 반가운 신호로 평가된다. 중심 타선의 최형우뿐 아니라 하위 타순의 김영웅까지 만루 기회를 해결하면서 상대 투수진은 어느 지점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팬들로서는 김영웅의 부활 가능성에 더욱 큰 기대를 걸 만한 밤이었다.
0.5경기 차, 선두 경쟁을 달군 대승
26일 경기까지 삼성은 66승 44패 3무, 승률 0.600으로 2위를 지켰다. 1위 kt는 65승 42패 3무, 승률 0.607을 기록해 두 팀의 격차는 불과 0.5경기다. 삼성은 키움을 꺾고 3연승을 달렸지만, kt 역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9회말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5-4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의 대승에도 선두가 바뀌지 않은 이유다. 두 팀이 같은 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승리하면서 순위표의 긴장감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삼성으로서는 주말 kt와의 선두 결정전을 앞두고 타선의 힘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12득점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박승규의 출루, 김성윤과 구자욱의 볼넷, 최형우와 김영웅의 장타가 연결됐다. 선두 타자가 공격의 문을 열고 중심 타자와 하위 타자가 차례로 해결한 구조였다. 여기에 첫 번째 만루 홈런으로 빠르게 우위를 확보하고, 두 번째 만루 홈런으로 승부를 굳혔다. 큰 경기를 앞두고 타선 전체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은 삼성에 자신감을 더할 요소로 분석된다.
순위 경쟁은 삼성과 kt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같은 날 1위부터 4위까지인 kt, 삼성,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가 모두 승리했다. LG는 63승 50패 1무로 선두와 5경기 차, KIA는 62승 50패 2무로 5.5경기 차를 유지했다. 상위권 팀들이 나란히 승수를 추가하면서 한 경기의 결과가 순위에 미치는 무게도 커지고 있다. 삼성의 3연승은 선두를 압박하는 동력이지만, 동시에 추격을 이어가는 다른 팀들과의 간격을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승리이기도 했다.
한여름 고척돔을 수놓은 강렬한 장면
이번 경기는 경험 많은 해결사와 반등이 절실했던 젊은 거포가 같은 방식으로 승리를 합작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형우는 1회 상대 신인 투수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4번 타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김영웅은 외야 뜬공이라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선 타석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두 선수의 홈런은 모두 4점을 만들었지만 그 맥락은 달랐다. 하나는 출발을 지배한 한 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힘겨운 시즌을 보내던 타자가 자신감을 되찾는 한 방이었다.
삼성 팬들이 더욱 환호할 이유는 이 승리가 선두 경쟁의 결정적인 구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0.5경기 차는 한 경기 결과로도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간격이다. 삼성은 앞선 맞대결에서 고전했던 박준현을 경기 초반부터 공략했고, 장타력과 출루 능력을 함께 보여주며 12점을 쌓았다. 다만 kt 역시 끝내기 승리로 1위를 지켰기 때문에 경쟁은 이제부터가 더 치열하다. 대승의 기세를 이어가는 것과 매 경기 결과를 안정적으로 쌓는 것이 동시에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터진 두 개의 만루 홈런은 한국 프로야구의 매력을 압축해 보여줬다. 선두를 추격하는 팀의 절박함, 베테랑의 결정력, 부상과 부진을 견딘 젊은 타자의 반등이 한 경기에 겹쳤다. 삼성은 3연승과 함께 선두를 턱밑에서 압박했고, 팬들은 최형우와 김영웅의 장쾌한 타구로 역사적인 밤을 즐겼다. 세계 독자에게도 이 경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치열한 순위 경쟁이 두 번의 만루 홈런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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