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거점을 둔 국내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2천75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오후 부산을 출항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섰다.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 성능을 갖춘 이 선박은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국내 선사가 컨테이너선으로 북극항로를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45일간의 항해에 나선다.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와 빈 컨테이너 100개가 실렸다.
서명원 팬스타 아크로호 선장은 “내빙선을 갖고 승무원들의 자격, 조건, 훈련, 그리고 극지환경에서 생존해야 할 생존성, 이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진행했습니다”라며 “해빙이 완전히 돼 있지 않았을 때는 저희들이 항로를, 우회 항로를 통해서 가려고 계획 잡고 있습니다. 아이스차트, 그리고 기상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산∼로테르담 1만3천㎞…기존 항로보다 35% 짧아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로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가면 2만㎞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는 1만3천㎞로 운항 거리가 약 35% 줄어든다. 그만큼 물류비 부담을 덜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운항에서 소요시간과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등을 분석해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를 개통하고, 2035년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선사의 북극항로 첫 운항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유조선으로 러시아에서 나프타를 싣고 광양항까지 운송한 것이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규정했고, 최근 중국의 한 해운사가 닝보와 영국 펠릭스토우를 잇는 북극항로 정기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개통했다. 일본은 올해 안에 신형 쇄빙 연구선 ‘미라이 2호’를 건조할 계획이다.
세계 첫 북극항로 컨테이너선도 부산 출발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운항한 컨테이너선인 덴마크 머스크사의 벤타 머스크호도 2018년 8월 28일 부산에서 출항했다. 부산항이 특정 항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퍼스트 앤 라스트 포트’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정부는 지난 5월 북극항로 활성화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해양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방향’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부산항이 글로벌 환적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항만 인프라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절기만 운항 가능…대러 제재·환경 규제 과제
북극항로는 동절기에는 결빙으로 배가 다닐 수 없어 하절기(6∼10월)에만 운항할 수 있다. 운항 선박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항로 안내 등 서비스를 받는데, 이 과정의 거래는 서방 진영의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정부는 시범 운항 준비 과정에서 막판까지 관련국과 조율했고,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북극항로에서 중유 사용과 운송을 금지해 운항에는 LNG와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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