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협상 결렬로 50% 관세 국면 진입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21일 결렬되면서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가 현실화했다. AP와 AFP통신이 보도한 이번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직접 통화하며 관세 발효를 일시 중단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교역 관계 가운데 하나를 유지해온 두 나라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북미 무역 질서는 다시 고율 관세와 보복 가능성이 맞서는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 충돌은 단순히 관세율을 조정하는 협상에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는 관세 부과 연기와 함께 자동차와 철강 등에 이미 부과된 관세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캐나다 일부 주에서 진행되는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을 중단하라고 맞섰다. 한쪽은 산업별 관세 철회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고, 다른 쪽은 지역 단위 소비자 행동까지 협상 조건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가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 산업에서 미국을 차별하고 있다며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18일 카니 총리와 통화한 뒤 관세 발효를 일시 중단하고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은 사흘 동안 핵심 쟁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짧은 유예가 타결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서로의 양보 가능성을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관세 철회와 불매 중단, 서로 다른 요구가 충돌
협상 결렬의 구조는 양국이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부터 달랐다는 데 있다. 캐나다는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된 관세를 제거해야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이미 시행된 산업별 조치를 되돌리고 추가 관세도 늦추자는 요구다. 반대로 미국은 캐나다 측의 시장 접근이나 산업 정책뿐 아니라 일부 주에서 이어지는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까지 문제로 제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캐나다가 이번 주 초 합의된 조건에 따라 무역협정을 최종 타결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전에 일정한 조건이 정리됐지만 캐나다가 최종 단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제공된 보도에는 양측이 합의했다는 구체적인 조건이나 캐나다가 어떤 조항을 거부했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렬 책임을 어느 한쪽에 단정적으로 돌리기보다, 공개된 요구가 끝까지 충돌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 중단 요구는 이번 협상이 정부 간 관세 문제를 넘어 정치적 상징과 소비 행동의 영역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불매운동은 관세처럼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정책 수단과 성격이 다르다. 캐나다 일부 주에서 벌어지는 행동을 연방 차원의 무역 합의 조건으로 다루려면 통제 범위와 이행 방식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협상의 간극이 세율뿐 아니라 상대국이 실제로 약속할 수 있는 범위에서도 벌어졌다고 분석된다.
50% 관세가 흔드는 북미 산업의 예측 가능성
50%라는 관세율은 거래 가격의 일부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수입 여부와 공급 경로를 다시 판단하게 만드는 강도다. 자동차와 철강처럼 이번 협상에서 직접 거론된 산업은 원재료, 부품, 완제품이 여러 단계로 이동하는 구조를 갖는다. 어느 단계에서 관세 부담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수입업체와 생산업체, 유통업체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거나 판매가격과 조달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관세 비용이 어느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얼마나 이전될지는 이번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기업이 비용을 자체 흡수할지, 거래 상대방과 가격을 다시 협상할지, 수입 물량을 줄일지는 품목과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관세 발효를 둘러싼 유예와 협상, 결렬이 짧은 기간에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안정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세율 자체만큼 중요하다. 지난달 50% 관세가 예고된 뒤 18일 발효가 일시 중단됐고, 21일에는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며칠 사이 정책 경로가 협상 재개에서 고율 관세 현실화로 바뀐 것이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기업은 실제 관세 부담뿐 아니라 재고와 운송, 계약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조정해야 할지 판단하는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
정상 간 통화 이후에도 남은 정치적 간극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의 통화가 협상 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상 차원의 소통만으로는 산업별 이해관계와 정치적 요구를 동시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정상 통화는 관세 발효를 잠시 멈추는 효과를 냈지만, 자동차·철강 관세 철회와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 중단이라는 핵심 요구 사이에서 최종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향후 상황을 판단할 핵심은 양국이 기존 요구를 수정할 수 있느냐에 있다. 미국이 50%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유지하고 캐나다가 기존 관세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고수한다면 협상의 출발점 자체가 다시 마련되기 어렵다. 반대로 재협상이 시도되더라도 어떤 품목을 먼저 다룰지, 이미 부과된 관세와 새 관세를 분리할지, 불매운동 문제를 정부 간 합의에 포함할지를 놓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이번 결렬은 관세가 교역 조건을 조정하는 경제 수단인 동시에 상대국의 정책과 사회적 대응까지 바꾸려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들조차 단기간에 고율 관세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국제 교역에서 가격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과 협상 상대의 이행 능력이 핵심 위험 요소가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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