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청이 20일(현지시간) 운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며 통과 선박 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일 통과 선박 수는 다음 달 4일부터 34척으로 제한되고, 15일부터는 32척으로 추가 축소된다. 파나마 운하의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40척이다.
운하청은 현재 하루 36척까지 통항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5월만 해도 올해 통항 선박 수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수위 하락이 예상보다 빨라지자 석 달 만에 방침을 바꿨다.
유역 강수량 34% 감소…엘니뇨 영향
파나마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수로로,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 이상이 지난다. 선박을 통과시키려면 수문 안에 담수를 채워 배를 들어 올리거나 내려야 하는데, 올해 5∼8월 운하 유역 강수량이 과거 평균보다 34% 줄면서 물 부족이 심해졌다.
중남미 가뭄의 주요 원인은 지구 온난화와 결합한 ‘역대급’ 엘니뇨 현상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가을부터 내년 초까지 엘니뇨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전망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전국 29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이란 전쟁으로 통항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운영 축소까지 겹쳤다. 파나마운하 통항 가격은 이달 평균 약 110만달러(약 15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보다 16배 이상 높다. 운하청은 다음 달 4일 통항분부터 일부 통항 예약권 경매를 화물과 선박 유형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운하청장은 올해 엘니뇨가 이전보다 훨씬 오래 지속할 수 있어 선박의 화물 적재량을 제한해 왔고, 2023년과 2024년 가뭄 때처럼 통항 능력도 제한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하청은 “기상 조건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파나마운하는 향후 조정 사항을 가능한 한 미리 발표하기 위해 모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셰브론 등 에너지 업체들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출하면서 운임을 줄이려 파나마 연안에서 환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과 비용이 급증한 네오파나막스급 대신 파나막스급 선박으로 운하를 통과한 뒤 LPG를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에 옮겨 싣는 방식이다.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유럽 원전 출력 감축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에서는 가뭄 장기화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20일 다뉴브강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코즐로두이 원전 원자로 2기 중 1기의 출력을 약 120메가와트(MW)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뉴브강 물을 냉각수로 쓰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불가리아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며, 발전량을 줄인 것은 가동 5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헝가리와 루마니아도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원전 발전량을 크게 줄였다. 프랑스는 지난달 12일 기준 원자력 발전 용량의 43%에 해당하는 최대 29기가와트(GW)의 설비를 가동 중단했다.
라인강 유역 상황도 심각하다. 덴마크 해운업체 머스크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라인강을 따라 위치한 대부분의 내륙 항구는 바지선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수로관리청의 장 로랑 키슬러 개발 이사는 “바지선 한척에 실릴 화물을 운송하는데 100∼200대의 트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저수지도 수위가 낮아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인 파월 호수의 15일 수위는 3천519.8피트(약 1천72m)로 2023년 4월 역대 최저치보다 낮았다. 미국 최대 저수지 미드호는 6일 수위가 1천40.5피트로, 1937년 인공 조성 이후 약 9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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