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따르면 27일 경상남도 진주시 하대동에서는 시민이 기부한 라면을 함께 끓여 먹으며 이웃과 관계를 맺는 고독사 예방 공간 ‘함께하모’가 운영되고 있다. 진주시는 1인 가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43%로 경남에서 가장 높고 전국 평균 36.1%보다 7%포인트 높다는 지역 현실을 바탕으로, 지난달 이 공간을 열었다.
‘함께하모’의 중심에는 거창한 프로그램 대신 익숙한 한 그릇이 놓여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라면을 끓이고 식탁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한쪽 벽에는 이곳에서 위로를 받은 이용객들이 남긴 따뜻한 글도 쌓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일상식인 라면이 간편한 끼니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낮추는 매개가 된 셈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라면 식탁’
함께하모는 고립되거나 은둔하는 주민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출발점을 지향하지만, 이용자 명부를 두지 않고 이용 대상도 제한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만 이용하는 복지시설처럼 보이지 않도록 문턱을 낮춘 방식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황을 먼저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부담 없이 들어와 쉬고, 라면을 먹고, 옆 사람과 말을 나눌 수 있다.
진주지역자활센터의 주은희 과장은 이용자들이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찾아왔는지를 서로 묻고 답한다며 이곳이 대화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이용자 안태겸 씨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의 말은 함께하모의 기능이 음식을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면을 고르고 물을 끓이는 짧은 과정이 낯선 사람 사이에 공통의 행동을 만들고, 완성된 한 그릇은 대화를 이어갈 시간을 제공한다.
특히 시민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라면을 사용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공간을 만든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인 진주시지만, 식탁을 채우는 데에는 지역 주민이 참여한다. 기부자는 라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이웃에게 마음을 전하고, 이용자는 부담 없이 그 마음을 받아 식사를 나눈다. 분석적으로 보면 함께하모는 공공 복지와 시민 참여, 친숙한 음식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작은 공동체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1인 가구 43%, 식사의 의미를 다시 묻다
진주시의 1인 가구 비율 43%는 전국 평균보다 뚜렷하게 높다. 혼자 사는 생활 자체가 곧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대화하고 안부를 확인할 접점이 줄어들 가능성에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함께하모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접점이다. 상담이나 행정 절차를 앞세우기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라면을 내세워 주민이 먼저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식에서 음식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시작하게 하는 언어로 작동한다. 혼자 먹기 쉬운 대표적인 간편식이 함께 먹는 음식으로 전환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 쉬운 라면의 특성이 공간의 개방성과 맞물린다. 벽에 남겨진 이용객들의 글은 짧은 식사와 대화가 실제로 정서적인 위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함께하모는 현재 2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이용자는 10여 명 안팎에 그친다.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도 공간의 존재를 모르면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용자 수만으로 성과를 재단하기보다, 고립된 주민이 부담 없이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는 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그릇에서 시작되는 복지 공동체
진주시는 앞으로 고립 예방을 위한 거점 공간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김홍영 진주시 희망복지팀장은 함께하모를 통해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복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밝혔다. 확대 과정에서는 지금처럼 이용자를 구분하지 않는 개방성과 시민 기부를 통한 참여 구조, 식사를 매개로 한 자연스러운 교류가 핵심 가치로 남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에서 한국 라면이 강렬한 맛과 편리한 조리법으로 알려져 있다면, 진주의 함께하모는 그 한 그릇에 한국 지역사회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라면은 이곳에서 상품이나 유행을 넘어 낯선 이웃에게 말을 건네고 함께 앉게 하는 따뜻한 장치가 된다. 세계의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은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간단한 음식 하나가 도시의 외로움을 줄이고 공동체를 다시 잇는 가장 친근한 초대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출처
· [MBC] 라면 한 그릇으로 잇는 이웃‥'함께하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