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산양들’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욱 감독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도 원하는 진로를 찾지 못한 고등학교 3학년 소녀 4명이 동물들과 자신을 위한 안식처를 만드는 모험극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2026년 7월 23일 현재 공개된 작품의 중심에는 인혜 역의 박혜진, 서희 역의 이승연, 정애 역의 박효은, 수민 역의 최수인이 있다. 서로 같은 반도 아니고 성격과 관심사도 다른 네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학교 밖 숲으로 향한다는 설정은 ‘산양들’이 평범한 입시 성장담과 다른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유재욱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반복해 강조한 핵심은 ‘소녀 모험극’과 ‘안식처’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대신, 네 소녀가 위험에 놓인 동물을 구하고 자신들이 머물 공간을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모험은 탈출인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세우는 과정으로 읽힌다.
진학 조사표의 백지에서 시작된 네 소녀의 연대
영화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어느 날, 고등학교 3학년인 인혜와 서희, 정애, 수민이 선생의 부름을 받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출발한다. 네 사람에게는 원하는 대학과 학과가 없고, 학교가 실시한 진학 조사에서도 아무것도 적지 않은 백지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백지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네 인물의 현재를 압축한다. 이들은 같은 반 친구도 아니며 성격과 관심사도 제각각이다. 성적 역시 뛰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의 시선에서는 모두 진학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묶이고, 선생은 이들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삼아 대학 수시모집 면접을 준비하는 반을 꾸린다.
흥미로운 지점은 네 소녀가 처음부터 굳건한 우정을 나누는 집단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통된 꿈이나 취향이 아니라 ‘아직 답을 쓰지 못했다’는 상태가 이들을 연결한다. 작품은 명확한 목표를 가진 인물의 성공을 좇기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에 시선을 맞춘다.
이는 백지를 실패의 표시로만 처리하지 않겠다는 서사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학교에서는 채워야 할 결핍처럼 보였던 빈칸이 숲에서는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여백으로 바뀐다. 네 사람이 면접을 위한 정답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이 ‘산양들’의 성장 서사를 이끄는 동력이다.
사육장 폐쇄가 교실 밖 모험의 문을 열다
네 소녀의 관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는 학교 사육장의 폐쇄다. 사육장이 사라지면서 그곳의 동물들이 살처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사육장을 열심히 돌봐 온 인혜는 동물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진학 지도를 받는 교실에서 생명을 구해야 하는 현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인혜의 결심은 개인적인 충동에 머물지 않는다. 서희와 정애, 수민이 구출 작전에 함께하면서 서로 느슨하게 묶여 있던 네 사람은 공동의 선택을 수행하는 팀으로 변한다. 작품 속 모험은 거대한 임무를 부여받아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행동에서 출발한다.
학교의 면접반은 네 소녀에게 말로 자신을 설명하고 미래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반면 동물 구출 작전은 즉각적인 판단과 협력, 책임을 요구한다. 영화가 제시한 두 공간의 대비를 따라가면, 인물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방식도 말과 서류에서 행동과 관계로 이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인혜가 사육장을 꾸려 왔다는 설정은 구출 결심에 분명한 맥락을 부여한다. 동물들은 갑자기 등장한 모험 장치가 아니라 인혜가 이미 시간과 마음을 들여 돌본 존재들이다. 따라서 네 소녀의 선택은 막연한 반항보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려는 책임감에 가까운 행동으로 제시된다.
아무도 없는 숲, 소녀들이 직접 만든 안식처
구출에 나선 네 소녀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 동물과 자신을 위한 안식처를 꾸린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의 주인이 동물만도, 소녀들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보호받아야 할 동물과 진로의 답을 찾지 못한 청소년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머문다는 설정이 작품의 정서를 형성한다.
유재욱 감독은 “자연 야생의 공간에서 제힘으로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이 발언은 숲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네 인물이 스스로 생활의 조건을 만들어 보는 실험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교실에서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소녀들이 숲에서는 공간을 만들고 생명을 돌보는 주체가 된다.
감독이 밝힌 “외톨이 소녀 4인방이 동물들과 자신들을 위한 안식처를 만드는 이야기”라는 설명도 작품의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외톨이’라는 말은 네 인물이 처음부터 집단에 자연스럽게 속하지 못했음을 나타내지만, 영화는 그 고립을 비극적인 상태로만 고정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네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소속감을 만드는 장면이 된다.
안식처는 외부에서 완성된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 소녀들이 직접 꾸민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보호의 결과이면서 성장의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다리던 인물들이 동물과 서로를 받아들일 장소를 스스로 만든다는 구도는 작품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강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입시 영화의 익숙한 질문을 뒤집는 방식
‘산양들’의 출발점에는 한국의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이 놓여 있다. 그러나 공개된 이야기에서 네 소녀는 높은 성적이나 원하는 대학을 향해 달리는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원하는 대학과 학과가 없고 진학 조사표를 비워 둔 학생들이다.
일반적인 입시 서사에서 빈 진학 조사표는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되기 쉽다. 이 작품은 그 상태를 곧바로 무능력이나 포기로 단정하지 않고, 네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지켜보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물들은 학교가 제시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지만 동물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을 때는 분명한 행동을 선택한다.
이 대비를 통해 영화는 ‘미래 계획을 말할 수 있는가’와 ‘지금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가’를 나란히 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품이 어느 한쪽의 정답을 선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네 소녀의 가치를 성적과 진학 희망만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방향은 공개된 줄거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시모집 면접반이라는 장치는 소녀들을 다시 정해진 진로의 언어 안으로 불러들이고, 숲의 안식처는 이들이 서로 다른 능력을 실제로 드러낼 가능성을 연다. 같은 네 인물이 어느 공간에 놓이느냐에 따라 ‘특별 관리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생명을 구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주목할 만한 대비다.
네 배우가 완성할 서로 다른 청춘의 얼굴
기자간담회에는 유재욱 감독과 함께 박혜진, 이승연, 박효은, 최수인이 참석했다. 박혜진은 사육장을 꾸려 온 인혜를 맡고, 이승연은 서희, 박효은은 정애, 최수인은 수민을 연기한다. 네 배우가 각기 다른 성격과 관심사를 지닌 인물을 어떻게 하나의 모험 안에서 조화시킬지가 작품의 중요한 관전 지점이다.
공개된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인혜가 동물 구출을 먼저 결심하며 사건을 움직인다. 그러나 서희와 정애, 수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숲속 안식처는 네 소녀의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시작을 만드는 인물과 그 선택에 응답하는 인물들이 만나면서 개인의 결심이 집단의 모험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의 매력은 네 인물의 차이를 지우고 하나의 모습으로 통일하는 데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감독이 이들을 성격과 관심사가 제각각인 외톨이 소녀들로 설정한 만큼, 서로 맞지 않는 순간과 그 차이를 넘어서는 협력이 함께 이야기의 긴장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 배우가 표현할 관계의 변화는 화려한 사건 못지않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진학 조사표를 비워 냈다는 이유로 한자리에 모이지만, 이후에는 스스로 동물 구출에 참여하고 숲의 공간을 꾸민다. 타인의 분류로 시작된 집단이 자기 선택으로 이어지는 팀이 되는 과정이 배우들의 호흡을 통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동물과 청소년을 함께 바라보는 모험극
영화 속 동물들은 네 소녀를 숲으로 이동시키는 계기이면서, 소녀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비춰 보는 존재로 기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 사육장이 폐쇄되고 동물들이 살처분될 수 있다는 상황은 인혜에게 익숙했던 세계가 사라지는 위기다. 인혜는 그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구출을 선택한다.
동시에 네 소녀 역시 학교 안에서 원하는 진로를 말하지 못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로 묶인다. 동물과 소녀의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작품은 보호받을 장소가 필요한 존재들을 한 숲에 모은다. 그 결과 구출하는 쪽과 구출받는 쪽의 구분보다 함께 살아갈 장소를 만드는 행동이 앞에 놓인다.
이러한 구성은 ‘산양들’을 단순한 동물 구조 이야기나 입시 문제 영화 하나로 한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공개된 내용에서 영화는 청소년의 불확실한 미래, 생명을 돌보는 책임, 고립된 사람들 사이의 우정, 스스로 만드는 생활 공간을 하나의 모험 안에 연결한다.
감독이 말한 자연과 야생의 꿈도 이 연결 속에서 구체화된다. 자연은 현실을 잊는 낭만적인 장소로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소녀들이 자기 힘으로 살아 보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다. 동물을 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험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머물 안식처를 꾸린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세계 관객에게도 번역될 수 있는 ‘답을 찾는 시간’
‘산양들’은 한국의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배경에서 시작하지만, 원하는 미래를 아직 정하지 못한 청소년의 감정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진로를 적지 못한 백지, 서로 다른 외톨이들의 만남, 위기에 놓인 생명을 구하려는 결심은 언어가 달라져도 비교적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영화는 네 소녀에게 완성된 꿈을 먼저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함께 행동하고 공간을 만들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도록 한다. 미래에 대한 답을 미리 가진 인물이 아니라, 답을 찾는 동안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폭넓은 청춘 관객의 공감을 기대하게 한다.
2026년 7월 22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산양들’의 핵심은 거창한 성공보다 작은 공동체의 탄생에 있다. 관리 대상으로 모인 네 소녀는 생명을 지키는 동료가 되고, 폐쇄되는 사육장 대신 자신들이 머물 장소를 숲에 세운다. 영화의 긍정성은 어려움이 없다는 데서 나오지 않고, 답이 없는 순간에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글로벌 관객에게 이 한국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과 진로라는 지역적 현실에서 출발하면서도, 아직 미래를 정하지 못한 네 소녀가 동물과 서로를 위해 안전한 세계를 직접 만들어 간다는 보편적인 모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출처
· 파라마운트-워너 M&A, EU서 승인받아…합작법인 지분 정리 조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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